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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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기현 대표 선출 계기로 국민의힘 새롭게 출발해야

‘친윤’ 전폭 지원으로 과반 득표
‘반윤’ 진영 반발로 후유증 클 듯
경선 갈등 극복이 최우선 과제
국민의힘 당대표로 선출된 김기현 의원이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국민의힘이 어제 전당대회에서 4선 의원인 김기현 후보를 새 대표로 선출했다. 자타공인 ‘친윤(친윤석열)계인 김 후보는 52.93%를 득표, 4명의 후보 중 과반으로 1위를 차지했다. 김 대표와 함께 지도부를 구성할 최고위원은 김재원·김병민·조수진·태영호 후보, 청년최고위원은 장예찬 후보가 선출됐다. 어제 선출된 당 지도부 6명은 전원 친윤계로 분류된다. 국민의힘 입당 11개월 만에 당 대표 선거에 도전했던 안철수 후보는 23.37% 득표에 그쳤다. ‘이준석 사단’으로 불리는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후보도 모두 고배를 마셨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빠르게 ‘윤석열 당’으로 재편되고, 당정 관계는 이전보다 한층 밀착될 것으로 보인다.

 

당권 레이스는 마감됐지만, 이번 전당대회는 각종 네거티브에 고발·수사의뢰 등 사법조치까지 난무해 적잖은 후유증이 우려된다. 100% 당원 투표로 치러진 이번 전대에서 역대 최고 투표율(55.1%)을 기록한 게 유일한 위안거리라는 말이 자조적으로 나온다. 이번 전대는 ‘윤심’이 어디에 있느냐에서 시작해 대통령실의 전당대회 개입 의혹으로 막을 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말만 해도 지지율이 보잘것없었던 김 대표가 당내 친윤계의 집중 지원 속에 단숨에 선두로 올라선 것 역시 윤심의 작용이었다. 김 대표의 당선은 결국 윤심의 승리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선거는 막을 내렸지만 막판에 대통령실 개입 주장을 펼쳤던 안, 황교안 후보가 결과에 승복할지 의문시된다. 안 후보는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고, 황 후보는 “김 후보가 사퇴하지 않을 경우 대여 투쟁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당내 친윤 주류 세력과 비주류 사이의 계파 갈등이 제대로 봉합되지 않을 경우 내년 총선에 예상치 못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자기 색깔이 없고 전적으로 윤심에만 의존하던 김 대표가 집권당 대표라는 정치적 무게감을 갖고 제 역할을 해낼지 의문이다. 김 대표는 당장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을 극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2년 임기 김 대표는 내년 총선을 지휘하는 막중한 임무도 맡게 됐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과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시급하다. 비윤계를 중심으로 김 대표가 대통령실에 끌려다니는 여당 대표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됐던 만큼 ‘밀당(밀고 당기기)하는 부부 관계’라는 표현에 걸맞은 당정관계를 정립해 내는 것 역시 당면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