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2급인 A(당시 38세)씨가 서울 강동대교 북단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은 2021년 6월 29일이다. 전날 새벽 A씨의 형 B씨는 “동생이 영화관에 간다며 자전거를 타고 나간 뒤 귀가하지 않고 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A씨의 행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정황을 발견했다. 정작 A씨의 자전거는 A씨가 간다던 영화관에서 멀리 떨어진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서 발견된 것이다. 폐쇄회로(CC)TV에는 A씨가 B씨와 함께 있는 모습이 찍히기도 했다. B씨가 자신의 차에 A씨를 태우고 경기 구리시 왕숙천 인근으로 향하는 모습도 CCTV에 포착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A씨의 시신에서는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 A씨 형제의 부모는 34억원 상당의 유산을 남기고 4년 전 숨졌는데, B씨가 동생의 법정 대리인인 삼촌과 재산 분할 소송을 벌였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B씨는 동생 몰래 동생의 계좌에서 1700만원을 인출했다가 삼촌으로부터 고소당하기도 했다.
경찰은 B씨가 술을 마시지 못하는 동생에게 위스키를 마시게 하고, 수면제를 먹인 뒤 왕숙천에 빠뜨려 익사시켰다고 판단했다. 반면 B씨는 “하천 인근에 동생을 유기한 것은 맞지만 살해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 1심은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과다한 소비와 지출로 경제적인 문제가 발생하자 보호를 필요로 하는 지적장애인 동생에게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수면제와 함께 먹게 한 뒤 물에 빠트렸다”며 B씨에게 징역 30년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B씨의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B씨가 A씨를 사고 장소로 데려갔다는 것만으로 살인범으로 인정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며 “A씨가 배회하다 실족했을 가능성도 부인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B씨의 범행 동기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당시 B씨에게 특별히 경제적인 어려움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A씨 후견인과 소송 중이던 금액도 그 자체로 보면 크다고 보이지 않아 확신을 줄 수 있는 동기가 없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다만 B씨가 A씨를 두고 갈 경우 물에 빠질 수 있는 등 위험을 인식했지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A씨가 사망에 이르렀다며 유기치사 혐의 유죄를 인정했다.
이 같은 판결에 불복한 검찰은 지난 1월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규홍)에 상고장을 제출한 데 이어 이달 7일 상고이유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A씨가 술과 수면제로 인해 깨어나지 못할 정도로 고도의 진정 상태에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는 법의학 교수와 약리학 교수의 감정 의견서를 토대로 상고이유서를 제출했다”며 “살인죄에 대해서도 유죄가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