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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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모듈 국산화 성공… “2023년 매출 1000억 향해 간다” [세계로 뛰는 중소기업]

‘래빗앤터틀’ 3월 출시… (주)아하 구기도 대표

美 수출위해 2년간 국산화 전력 다해
제품 출시 전에 800대 납품계약 마쳐
‘래빗’ 성장동력으로 매출 1조기업 포부

주력사업 전자칠판 15년째 1위 지켜
2020년엔 비대면체온계 의료기 승인
340억대 매출 4년새 850억대 급성장

“2년 전부터 준비한 전기차 충전기 사업이 아하의 신성장 동력이 돼 줄 겁니다.”

구기도(60) ㈜아하 대표는 지난 2일 김포 양촌산업단지에 있는 사업장에서 전기차 충전기를 살펴보며 이렇게 말했다. 신제품 출시를 앞둔 구 대표는 어린아이처럼 한껏 들떠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아하의 전기차 충전기(래빗 앤 터틀)는 출시하기도 전에 국내 유명 택배 업체와 800대 납품 계약을 마쳤다. 래빗 앤 터틀은 전기차 충전의 급속과 완속의 의미를 담아 만든 브랜드다. 이달 안전 인증을 완료한 뒤 공식 출시될 예정이다.

구기도 아하 대표가 2일 경기 김포 양촌산업단지 사업장에서 전기차 충전기를 손에 들고 올해 사업 목표를 설명하고 있다. 구 대표는 전기차 충전기 사업이 회사의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포=남제현 선임기자

아하의 주력 사업은 전자칠판이었다. 아하는 2007년 LCD(액정표시장치) 모니터를 활용한 전자칠판을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 이후 15년째 한국에서 전자칠판 업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관련 특허만 200여개에 달한다. 구 대표는 “한국 전자칠판 시장에서 아하의 점유율은 40% 정도로 나머지 60%를 40여개 업체가 나눠 먹는 상황”이라고 했다.

구 대표는 2007년 전자칠판을 내놨을 당시 “전 세계를 뛰어다녔다”고 회상했다. 항공사 마일리지는 200만을 넘은 지 오래다. 전자칠판은 현재 전 세계 63개국에 팔리고 있다. 아하 전체 매출액의 70%가량을 지탱해 주고 있다.

보람도 컸다. 전자칠판이 보급되면서 교육 환경 발전에 일조했다는 뿌듯함이었다.

전자칠판 사업이 중국산 저가 공세에 맞닥뜨려 성장성 고민에 빠졌을 무렵 구 회장은 안면 인식 출입 통제 시스템에 눈을 돌렸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은 기회가 됐다. 당시 아하는 인공지능(AI) 얼굴 인식 기술 특허 25개를 취득한 상태였다.

아하가 개발한 안면인식 비대면 피부적외선체온계(아하스마트패스)는 2020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로 승인받았다. 발열측정기를 체온계로 승인받은 건 아하가 최초였다. 그해 상반기 전국 115개 CGV 영화관을 포함해 국내 주요 공공장소에 아하스마트패스 1만4000여대를 납품했다.

매출액도 급성장했다. 2019년 343억원에서 2020년 621억원으로 뛰었다. 2021년과 지난해 매출은 각각 710억원, 850억원을 기록했다.

아하는 2021년 공기살균정화기(퓨리토피아)도 시장에 내놨다. 코로나19 이후 사회적으로 살균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개발하게 된 것으로 현재 독일과 일본에 수출 중이다. 아하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살균에 관한 수요가 계속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시장 전망은 밝다.

주력 제품이 시장에서 성공한 뒤 항상 그다음을 생각하는 구 대표는 이제 전기차 충전기로 승부수를 띄웠다. 전기차 충전기 시장은 중소, 중견기업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구 대표는 ‘아하 정도 규모의 기업이 뛰어들어야만 하는 시장’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안전인증(UL)을 받는 데만 1억5000만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매출액 20억~30억원 규모 기업이 하긴 힘들다”며 “제조 단가도 비싸 적은 돈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은 아니다”라고 했다.

걸림돌이 없진 않았다. 전기차 충전기 최대 시장이 미국인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영향으로 충전기 핵심 부품인 모듈(충전전원장치)의 국산화가 절실해졌다. 모듈이 중국산일 경우 한국산으로 해외에 수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하는 2년간 모듈 국산화에 전력을 다했다. 구 대표는 “모듈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인증이 이달 안에 완료된다”고 밝혔다.

구 대표는 올해 전기차 충전기로 150억원가량의 매출액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주거지에 적합한 완속 충전기 제품 가격은 100만원대이며, 공공장소에 보급되는 급속 충전기는 2000만원가량이다. 그는 “올해 충전기 사업이 원년이고,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이라며 “5년 안에 충전기 매출액만 5000억원을 올리는 게 목표”라고 했다.

올해 아하의 매출 목표는 1000억원이다.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도 추진한다. 구 대표는 “올해 안에 코스닥 이전상장해서 자금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단기적인 계획이고, 장기적으로는 내 나이 일흔이 되기 전에 매출액 1조원 이상 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구 대표는 기업의 성장을 위해 정부의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신념도 뚜렷했다. 지난달 27일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주관한 근로시간제도 개편 간담회에서 그는 일본을 예로 들며 우리나라의 경직된 근로시간제도를 지적했다. 일본은 업무량이 폭증할 때 월 최대 100시간까지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그는 “정부는 큰 틀에서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노사 자율 협상에 맡겨야 한다”며 “왜 국가가 일 더 해서 돈 더 벌 권리를 제한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주 52시간 제도가 실업률을 고려한 일종의 규제라고 봤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은 사람 뽑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기업 선호 풍조를 고쳐야지 주 52시간으로 실업률을 낮출 순 없다”고 강조했다.


김포=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