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9일 발표한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은 은행권과 비은행권의 경쟁촉진을 통해 국민의 금리부담을 완화하려는 게 목적이다. 비은행권의 다양한 대출상품을 은행권과 비교 선상에 올리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오는 5월 개인 신용대출 인프라 구축에 이어 연내 주택담보대출, 차후 전세자금대출 등 다른 상품에 대해서도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제2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23개 다양한 대출비교 플랫폼을 통해 은행권·비은행권의 대출비교 경쟁을 유도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플랫폼사들은 19개 은행과 34개 비은행권 금융사의 대출상품을 연결하면서 각종 제휴와 금융서비스 간 연계, 신용평가 모델 등을 통해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플랫폼이 참여하면서 수수료도 이전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기존에는 은행 대출상품 대비 비은행권 상품의 중개수수료가 높았는데, 참여 사업자 확대에 따라 비은행권 대상의 중개수수료는 약 1%포인트가량 낮아질 것으로 금융위는 보고 있다. 아울러 금융위는 자율협약을 통해 플랫폼 사업자가 금융사 상품을 차별하지 않도록 하고 상품별 수수료율을 구체적으로 공시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현재 대출비교 플랫폼에서는 기존 대출의 원리금 등 일부 정보만 파악할 수 있으나 앞으로는 금융권의 정보제공을 통해 중도상환수수료와 상환 가능 여부까지 미리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은행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은 이르면 연내 대환대출 인프라를 구축해 금리 경쟁을 촉진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시장은 은행 위주로 95%가 나가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규모가 800조원 이상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존 주택담보대출은 부동산 등기말소 등 심사 절차가 5~8일이 소요됐는데 대환대출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1~2일로 단축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비은행권에 비해 은행권의 자금조달금리가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은행대출로 쏠림현상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경영학)는 “인터넷은행이나 제2금융권은 대출금액 제한이 크거나 금리가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측면이 있다”며 “비은행권도 투자은행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금융장벽을 허무는 선제적 대응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출비교 플랫폼사의 규모가 천차만별이라 특정 대형 빅테크사 위주로 서비스 독점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23개 대출비교플랫폼 중 20개사는 영세하다”면서도 “중소업자가 열위지만 디지털 온라인 서비스는 아이디어 경쟁도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인위적으로 지원을 끌어올리고 키 높이를 맞추는 방안은 고민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에서 ‘상생 금융 확대를 위한 금융소비자 현장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환대출 플랫폼과 관련, “지난해 말부터 규제 완화와 혁신 차원에서 노력해온 결과물의 일환”이라며 “지금 논의 중인 은행권의 경쟁환경 조성 이슈와 맞물려 있는 부분이 있어 큰 틀에서 효과가 같이 발생할 수 있을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결국 참여하는 업권이나 은행 등의 이해관계도 어느 정도 조율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부분이 있다”고도 말했다.
연일 국내 은행을 방문하며 사회 공헌을 강조하고 있는 이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도 “고객이 없으면 은행도 존재할 수 없는 만큼 고객과의 상생노력이 지속돼야 은행의 장기 지속 성장도 가능하다”며 “은행의 노력이 일회성이거나 전시성으로 흘러가지 않고 진정성을 가지고 지속가능한 형태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