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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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암참 “강제동원피해자 재단에 기부”, 日 정부·기업은 뭐 하나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가 그제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은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합의를 지원하기 위해 암참이 재단에 기부하고, 회원사들의 지원도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주한 미국 기업 800여개가 가입한 암참은 한·일 강제동원 문제와는 이렇다 할 이해관계가 없다. 제3자인 암참이 우회지원도 아닌 재단에 직접 배상금을 내놓는 것만으로도 일본 기업과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정부가 ‘제3자 변제’ 방식의 강제동원 해법을 내놨지만 정작 당사자인 일본은 “‘김대중·오부치 선언’, 무라야마 담화 등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 계승”만 밝혔을 뿐이다. 한국 정서는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무책임한 처사다. 한국 대법원에서 패소한 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 등 전범 기업들은 “1965년 청구권협정으로 이미 해결된 문제”라고 버티는데, 일본 정부는 민간 기업에 대한 개입에는 난색을 표하면서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는 용인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더구나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은 “한국이 본건의 조치를 착실하게 실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국제법상 도의적 책임은 외면한 채 잇속만 챙기겠다는 속셈이다.

윤석열정부의 조치에 대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 국민의 미래를 위해 중대한 발걸음을 내디디고 있다”고 환영했다. 유럽연합(EU)·유엔도 “미래지향적 대화를 환영한다”고 했다. 무성의한 일본의 태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윤석열정부는 국내 반발 등 정치적 위험성을 무릅쓰고 한·일 관계의 미래를 내다보고 ‘통 큰’ 결단을 내렸다. 전범 기업들의 ‘자발적 기부’와 일본의 선의에 기댄 해법이다. 주고받는 것이 외교의 기본이다. 일본 정부와 기업의 성의 있는 조치가 뒤따라야만 신뢰가 쌓이고, 이번 해법이 의미를 가진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1엔도 낼 수 없다’는 일본 정부부터 달라져야 한다. 공식 사죄 등 정부 차원의 책임지는 자세는 전범 기업뿐만 아니라 다른 일본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당장 수출규제 해제 등 선제조치부터 내놔야 한다. 이는 일본의 양보가 아닌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차원이다. 야당도 ‘전범기업’, ‘을사늑약’ 운운하는 대국민 선동을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