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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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커지는 미국발 통화 긴축 공포, 위기방파제 높게 쌓길

파월 “금리 인상 속도 높일 것” 돌변
주식·원화값 급락, 자본유출 우려도
美·日과 통화스와프 체결 서둘러야

미국발 통화 긴축 공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그제 “미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강하다”며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오는 21∼22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예고한 것이다. 불과 5주 전 물가 상승세 둔화를 뜻하는 ‘디스인플레이션’을 공언했던 파월이 매파로 돌변한 것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충격파에 휩싸였고 국내시장도 휘청거렸다. 코스피는 이틀 사이 40포인트 이상 급락했고 원·달러 환율도 달러당 1320원대로 뛰었다.

미 금리의 가파른 상승은 강달러를 촉발해 환율불안, 자본유출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한·미 간 금리역전 폭은 현재 1.25%포인트에서 1.75%포인트로 확대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 격차가 환율과 외국인자금에 기계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과도한 금리 격차가 오래 방치되면 환율급등과 국가신인도 추락을 야기하며 경제위기로 비화할 수 있다. 가뜩이나 수출부진 탓에 무역적자가 1년째 이어지고 그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마당이다.

이제 고금리 장기화는 피할 길이 없다. 파월은 “최종적인 금리 수준이 이전 전망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월가에서는 올 연말 최종금리전망치가 연 5.25%에서 6%대로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현재 국내 기준금리 3.5%로는 금융과 경제안정을 기하기 힘들다. 좌고우면할 때가 아니다. 한은은 국내외 경제여건에 맞춰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한다. 필요하다면 빅스텝을 단행하고 그 시기도 앞당겨야 한다.

고금리가 몰고 올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게 급선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년 반 동안 기준금리가 3%포인트 오른 결과 성장률이 1.4%포인트 낮아졌다. 긴축강도가 세지면 고물가와 저성장의 스태그플레이션 위험도 커질 게 뻔하다. 19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 빚과 부동산시장 침체도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대형 악재로 남아있다. 정부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위기대응의 방파제를 높게 쌓아야 한다. 때맞춰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과 다음 달 일본과 미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한다. 외환 안전판인 한·일,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추진하는 호기로 삼기 바란다. 과감한 규제 완화로 성장잠재력을 확충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정부의 힘만으로 복합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정치권과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 모두가 경제실상을 직시하고 고통분담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