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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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측근 5번째 극단선택, 李 대표 ‘죽음의 행진’ 멈출 책임 있다

이번엔 비서실장 출신 전씨 숨져
유서에 “더 이상의 희생 없어야”
李, ‘방탄’ 벗고 사법절차 따라야
현장 최고위원회의 참석한 이재명 대표 (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있다. 2023.3.10 xanadu@yna.co.kr/2023-03-10 10:26:41/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전모(64)씨가 그제밤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이 대표 사건 관련 다섯 번째 비극이다. 전씨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일 때 비서실장,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을 지냈고 최근까지 경기주택도시공사(GH) 경영기획본부장으로 재직했다. 2019년 5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모친상에 이 대표를 대리해 조문을 갔던 인물이기도 하다. 전씨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조사를 받았고, 언론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전씨는 노트 6쪽 분량의 유서에 “나는 일만 열심히 했을 뿐인데, 검찰수사 대상이 돼 너무 억울하다”는 심경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시라”, “더 이상의 희생은 없어야 한다”는 이 대표 관련 내용도 담겨 있다고 한다. 죽음의 배경에 이 대표가 있다는 방증이다. 이 대표 주변에서 언제까지 ‘죽음의 랠리’가 이어질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전씨의 극단적 선택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성남FC 구단주였던 이 대표가 두산건설 등 4개 기업으로부터 133억5000만원을 유치하는 대가로 건축허가나 토지용도변경 등 편의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 사건에서 제3자 뇌물혐의 공범으로 입건됐고,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사건 등으로도 검찰수사를 받았다고 한다. 이들 사건의 전모가 서서히 드러나 수사의 속도가 붙으면서 전씨의 부담이 커졌을 것이 분명하다.

 

전씨는 억울할 법도 할 것이다. 이 대표 업무지시를 받아, 불법행위라는 인식도 없는 상태에서 자기 일을 열심히 했을 수 있다. 이 대표가 정치를 하지 않았다면 사건이 드러나지 않았고 사법의 단죄를 받는 상황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 대표의 태도다. 그동안 측근들이 죽어도 자신과 무관하거나 모르는 사람이라고 주장해왔다. 불리한 혐의에 대해서는 부하 직원이 한 일이라고 책임을 떠넘기기 일쑤였다. 대장동 특혜비리 의혹사건으로 검찰수사를 받다 극단 선택을 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 1처장에 대해 국정감사에서 “알지 못하는 사이”라고 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거짓말 해명을 밥 먹듯 늘어놓았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전씨의 당부처럼 이 대표는 주변 사람이 또다시 희생되는 비극을 막을 책임이 있다. “본인은 물론 저와 인연을 맺었던 모든 사람이 수사대상이 되고 있고, 그야말로 검찰로부터 먼지 털 듯 탈탈 털리고 있다”고만 할 게 아니라 이젠 결단을 내려야 한다. 불체포특권 뒤에 비겁하게 숨지 말고 ‘방탄복’을 벗고 사법절차에 순순히 따라야 하는 게 국민을 섬기는 자세다. 부하 직원들에게만 떠넘기지 말고 ‘모든 것을 내가 책임지겠다’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건희 특검’ 등으로 사법리스크를 돌파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그건 오산일 뿐이다. 이 시점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 대표가 잘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