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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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매출 8억원··· “농사도 세일즈 시대 귀농인도 똑같아” [귀농귀촌애(愛)]

<4>전남 담양 귀농 ‘아이니 새싹삼’ 이선호 대표

홀로 계신 어머니 모시러 30년만에 고향 땅 내려와
어머니 “막내 아들 혹시 농사지러온다”며 전답 팔지않아
당시 대세인 담양 딸기 대신에 미래 시작 개척 가능 새싹삼 승부
20∼25일 재배후 판매··· 매월 30만주 이상 팔아야 큰 부담
평생 ‘의류 영업맨’ 노하우로 고객 니즈 ‘감동 영업’ 전략

6년 전, 그는 억대 연봉을 내려놓고 귀향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 혼자 시골에 사는 게 마음에 걸렸다.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30년만에 다시 전남 담양의 고향 땅을 밟은 것이다. ‘아이니 새싹삼’ 이선호 대표의 귀농 일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처음엔 귀농할 생각이 없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도로가의 제일 좋은 땅을 팔지 않고 내 명의로 해놨어요” 2월 26일 농장에서 만난 막내 아들 이 대표는 아버지가 물려준 땅을 보고 눈물을 글썽였다고 했다.

 

아버지의 배려에 마음을 고쳐먹었다. 농사를 지으면서 어머니를 모시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무슨 농사를 지을 것인지를 놓고 밤낮으로 고민했다. 당시 담양에는 비닐하우스로 딸기 농사를 짓는 농가가 많았다. 광주 인근인데다 담양군이 딸기 품종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하면서 딸기 주산지가 된 것이다.

 

“이미 공급이 포화상태에 이른 딸기나 샤인머스켓, 포도와 같은 작물로는 승부를 낼 수가 없다는 판단을 했어요” 이 대표는 기존 작물이 아닌 시장을 개척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작물을 골랐다. 바로 새싹삼이다. 1년 이상 키운 묘삼을 구입해 20∼25일 정도 키우면 새싹삼으로 판매가 가능하다. 1년에 12번 이상 대량 판매를 할 수 있다는 게 눈에 들어왔다. 새싹삼을 재배하는 선도 농가를 찾았지만 재배 방법을 쉽게 가르쳐 주지는 않았다. 결국 독학으로 새싹삼 재배법을 배웠다. 새싹삼의 효능이 잎에 있다는 것도 이 때 알았다. 잎에 90%의 사포닌이 있고 뿌리에는 10%만 있다. 때문에 새싹삼은 버릴 게 하나도 없다. 건강식품인데다 한주당 500원 이하로 저렴해 ‘국민 신선식품’의 가능성이 보였다.

 

아버지가 물려준 땅 150평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했다. 새싹삼의 재배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온도와 습도, 물 조절만 잘하면 큰 병충해 없이 키울 수 있었다.

 

새싹삼의 품질은 묘삼이 결정한다. 묘삼은 갑삼과 을삼, 파상 등으로 구분된다. 품질이 가장 좋은 갑삽이 가장 비싸다. 그는 다른 묘삼보다 2∼3배 더 비싼 갑삼을 구입해 새싹삼으로 키웠다. 이 대표는 아무리 바빠도 주문이 들어오면 수확만큼은 자신이 직접한다. 그는 “한뿌리씩 문제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상자에 담는다”며 “혹시 제품에 문제가 생겨 항의가 들어오면 바로 응대할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판로였다. 한달 만에 30만주를 팔아야 했다. 새싹삼은 너무 자라면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 수확과 동시에 바로 팔아야 한다. 판매는 키우는 것보다 더 어려웠다.

 

“농업경쟁력은 영업입니다” 다행히도 그는 패션 의료업계에서 25년간 영업맨으로 일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 주재원 생활을 하면서 의류 판매업으로 잔뼈가 굵었다. 새싹삼 세일즈에 의류 판매 경험이 진가를 발휘했다. 새싹삼이나 의류나 세일즈의 원리는 같았다. 새싹삼 수요자를 찾기위해 SNS와 쇼핑몰 플랫폼을 활용했다. 그의 영업 전략은 고객 감동이었다. 수요자 입장에서 뭐가 필요한지 파악하고 그 니즈를 채워주는 것이다. 고객과 접점을 찾은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나쁜 소비자인 블랙 컨슈머 상대가 힘들었다. 하지만 이들도 고객 감동의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겨울에 택배로 보냈는데 새싹삼이 얼었다”며 반품을 요구하는 고객에게 반품을 받지 않고 새로 다시 보내줬다. “신선하지 않다”며 항의하는 고객에게도 똑같은 새싹삼을 보냈다. 이유를 따지지 않았다. 새싹삼에 문제가 없는 줄 알지만 고객이 항의하면 불평하지 않고 새싹삼을 보내줬다. 고객이 감동하는데 꼬박 2년이 걸렸다. 2년의 결과는 무서웠다. 항의하던 고객은 어느새 장기 고객으로 변신해 주위에 새싹삼을 추천까지 했다. 

 

지난해 올린 매출은 8억원이다. 주 고객은 식당으로 매출의 60%를 차지한다. 쇼핑몰 고객 20%, 개인 장기고객 20%다.

 

이 대표는 귀농인에게 새싹삼을 적극 추천했다. 새싹삼 시장이 확장되고 있는 추세라 얼마든지 경쟁력이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판매량이 늘어나는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며 “판매량이 줄어드는 변곡점이 될 때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점 때때문인지 그의 농장에는 새싹삼을 키워보고 싶다는 예비귀농인이 자주 찾는다. 이들은 1주일씩 비닐하우스에서 숙식을 하면서 재배법을 배운다. 이들 대부분은 온도와 습도, 물 조절만 하면 저절로 자라는 새싹삼을 한번 재배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이 대표는 이들에게 “사흘안에 100뿌리를 판매하라”는 과제를 준다. 지금까지 예비귀농인 500여명이 다녀갔지만 ‘판매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겨우 7명만 살아남았다. 새싹삼 제자 7명에는 아들이 포함돼 있다. 

 

새싹삼의 성패 분기점은 매출 3억원이다. 3억원의 매출을 올릴 때까지 견뎌내야 안정적인 귀농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분석이다. 초기투자 비용도 1억원 정도로 적지않다. 

 

그는 젊은 사람이 귀농하길 희망하고 있다. 대기업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다면, 청년들의 귀농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귀농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지금처럼 누구에게나 똑같이 지원하는 천편일률적인 귀농정책으로는 소득을 올릴 수 없다”며 “그 사람에게 딱맞는 맞춤형 귀농정책을 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꿈은 새싹삼 판매 플랫폼에 다른 작물을 올리는 것이다. 제자들과 함께 이미 구축된 판매 네트워크에 소비가 많은 상추 등 채소를 팔아볼 생각이다. 이 대표도 여느 귀농인처럼 예비귀농인에게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준비없는 귀농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평범한 사실을 여러번 얘기했다.

 


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