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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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에 치명적인 RSV 감염 한달새 2.2배↑ 산후 조리원·신생아실 등 집단 발생 주의해야

질병청 “최근 일주일간 환자 214명… 73%가 0∼6세”
서울 강남 최고급 산후 조리원서 신생아 5명 동시 감염되기도
감기와 비슷하지만 영유아에 ‘치명적’…방역당국 “부모 감염병 예방 수칙 철저히 지켜야” 당부
신생아와 엄마. 게티이미지뱅크

 

급성 호흡기감염증 중 하나인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감염증 환자가 최근 한 달 새 2배 이상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서울 강남의 최고급 산후 조리원에서 신생아 5명이 동시에 RSV에 감염되는 일이 발생해 산후 조리원과 신생아실 등의 감염병 관리·예방에 비상이 걸렸다. 또 영·유아를 둔 부모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방역당국은 RSV에 감염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영유아에게 치명적이라며 부모들에게 감염병 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1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1주일(2월26일∼3월4일) 간 전국 표본 감시 의료기관에 신고된 RSV 환자는 모두 214명이다. 

 

한달 전인 1월29일∼2월4일 발생한 환자가 99명에서 122명(2월 5∼11일)→172명(2월 12∼18일)→198명(2월 19∼25일)으로 매주 꾸준히 늘어 한 달 사이 2.2배 수준이 됐다.

국가건강정보포털 제공

 

보통 국내 RSV 감염증은 10월부터 시작해 이듬해 1월께 유행 정점에 도달한 후 3월까지 발생했으나, 작년엔 10∼11월 예년 대비 이르지만 규모가 작은 유행을 보인 후 환자가 줄다가 올해 2월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질병청은 설명했다. 

 

특히 최근 일주일 신고환자 중 72.9%가 0∼6세로, 영유아 중심으로 발생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이에 의료계는 산후조리원, 신생아실 등 영유아 보육시설에서는 호흡기에 이상 증상이 있는 직원, 방문객 등은 출입을 제한하는 등 감염관리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RSV 감염증은 RSV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호흡기감염증이다. 만 2세까지 거의 모든 소아가 감염될 정도로 감염력이 높다. 2일에서 8일 사이의 잠복기 후에 발병하며 콧물, 기침, 발열, 인두염, 폐렴 등의 증상을 보인다. 

 

이 바이러스에 한 번 감염되면 평생 동안 지속적으로 재감염이 진행된다. 성인의 경우 가벼운 감기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만 면역 저하자 또는 고령층에서는 중증 감염이 유발될 수 있다. 

국가건강정보포털 제공

 

특히 영유아에서 입원율이 높으며, 이때가 가장 위험하다. 이달 초 서울 강남의 최고급 산후조리원에서도 신생아 5명이 한꺼번에 RSV에 감염되기도 했다. 주로 모세 기관지염과 폐렴으로 진행되고, 어린 아기가 감염될 경우 사망 위험률이 증가한다. 

 

모세기관지염은 기관지 끝부분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3세 미만 영·유아에게 많이 나타난다. 미숙아나 만성 폐질환, 선천성 심장 질환을 보유한 고위험군 아기가 감염되면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도 높아진다. 

 

의료계에 따르면 RSV 감염증은 예방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가 아직 없다. 하지만 대증적 요법으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증상에 따라 해열제·기관지확장제 등을 사용하는 보존적인 치료를 실시한다. 만약 폐렴이나 모세기관지염 등의 중증 하기도 감염인 경우에는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예방은 다른 감염병과 마찬가지로 위생 수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올바른 손 씻기를 생활화하고 기침 예절을 실천해야 한다. 씻지 않은 손으로 얼굴을 만지지 않고, 유행 시기에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과 접촉을 피하고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한다. 아이들이 감염에 취약하므로 장난감, 식기, 수건 등은 개별 사용해야 한다.

 

또한 산후조리원·신생아실에서 예방·관리도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신생아를 돌보는 사람은 신생아와 접촉 전·후 반드시 손을 씻고, 호흡기 증상이 있는 직원은 신생아 돌보는 업무를 해서는 안된다. 호흡기 증상이 있는 방문객도 출입을 금지해야 한다. 만약 신생아가 호흡기 증상이 있다면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하고, 격리 조치를 해야 한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