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첫 산불 대응 3단계가 발령된 경남 합천 산불과 관련한 후속 조처인 박완수 도지사가 이끄는 경남도의 ‘산불 예방·대응 특별대책’이 논란이다. 경남도는 대형산불이 나면 해당 시·군에 예산 삭감 등 불이익을 주고, 담당 공무원에게도 문책성 인사를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박완수식 책임 전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하동 산불 현장에 투입된 진화대원이 숨지면서 공직사회의 반발 여론이 커지는 분위기다.
12일 경남도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최만림(사진 가운데) 행정부지사 주재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산불 예방·대응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대형산불(100ha 이상·산불 3단계)이 발생한 해당 시·군에는 특별조정교부금이나 도비 보조금 지원율 감소 등의 예산 불이익을 부과하고 책임 공무원에 대한 문책이 이번 대책의 골자다.
하지만 다른 광역자치단체의 후속 조처와 달리 담당 공무원 문책을 언급하면서 ‘박완수식 책임 전가’라는 비아냥 섞인 비판이 나온다. 앞서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산불이 잦은 일선 시·군에 대해 예산이나 사업 불이익을 주겠다며 칼을 빼들었지만, 담당 공무원 문책은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전남도 역시 산림 분야 균특예산과 산림행정 평가에서 불이익을 줄 뿐 공무원 인사 조처에 대한 내용은 없다.
경남도는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한 원론적 방침이라는 입장이라지만, 올해 첫 산불 3단계 발령이 난 합천 산불과 관련해 부군수의 인사 조처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직사회 시선은 곱지 않은 모양새다. 경남도청공무원노조 게시판에는 “환경오염 발생하면 환경직 책임 묻고, 비관자살하면 복지직 책임 묻고, 전염병 발생하면 보건직에 책임 물어라”며 “실적은 도지사가, 책임은 직원에게 얼씨구 절씨구 좋다”라는 비판 댓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특히 지난 11일에 발생한 하동 산불 현장에서 야간에 투입된 60대 산불진화대원이 숨지면서 여론은 더 악화하는 분위기다.
합천군 한 공무원은 “산불이 안 나면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아니고, 방화가 아닌 이상 사실상 천재지변에 가까운데, 결과적으로 담당자를 문책한다면 어느 누가 나서 불이라도 제대로 끄겠느냐”고 우려했다. 강수동 전국공무원노조 경남본부장은 “결국 공직사회 사기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완수식 책임 전가’ 논란은 박 지사가 도지사의 경남도 출자출연기관 당연직 이사장으로 선임되는 정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도지사는 자치단체장으로 출자출연 기관의 감독자인데, 당연직으로 집행기관의 이사장을 겸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게 박 지사의 논리이다. 그러나 행정이기주의적 사고에 따른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비판도 만만찮다.
더불어민주당 한상현 경남도의원은 “법적으로 완벽한 인사권 독립이 이뤄진다면 이사장을 그만두는 것이 옳지만, 그렇지 않다면 권한만 행사하고, 책임은 실무자에게 돌리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