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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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23번째 국립공원, 팔공산

팔공산(八公山)은 해발 1193m로 대구의 진산(鎭山)이다. 타지 사람은 팔공산을 ‘대구의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웃한 경북 경산과 영천 그리고 군위, 칠곡에 걸쳐 있다. 옛 이름은 공산, 혹은 부악이었으나 신라 말 서라벌 공략에 나선 견훤과 대회전을 벌인 고려 태조 왕건이 이곳에서 포위당해 신숭겸, 김락 등 장수 8명을 잃은 뒤부터 팔공산으로 바뀌었다고 전해진다. 국보 2점, 보물 25점을 보유한 팔공산은 ‘불국토’이기도 하다. 대구 동화사와 영천 은해사를 필두로 팔공산 자락에는 300여개의 절집과 암자가 있다.

이 산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건 남쪽 봉우리인 관봉 정상에 있는 관봉석조여래좌상(보물 제431호) 때문이다. 일명 ‘갓바위’로 불리는 관봉석조여래좌상은 통일신라 중기에 조성됐다. 8m 높이의 불상 머리 윗부분에 갓 모양의 모자가 얹혀 있다고 해서 갓바위라는 별칭이 붙었다. 이 부처는 “정성껏 빌면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고 알려져 기도 인파가 줄을 잇는다. 입시철에는 자녀의 합격을 위해 이곳을 찾아 하염없이 절하는 부모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팔공산이 대구의 상징이다 보니 정치권 입씨름의 소재로 등장한 적도 있다. 2021년 6·11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주호영 의원은 “에베레스트를 원정하려면 동네 뒷산만 다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듬해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경험이 많은 다선 의원이 대표를 맡아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그러자 당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팔공산만 다섯 번 오르면서 왜 더 험한 곳을 지향하지 못했나”라고 받아쳤다. 주 의원이 국민의힘의 텃밭인 대구에서만 선수를 쌓은 것을 비꼰 것이다.

팔공산이 국내 23번째 국립공원으로 승격될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최근 반대대책위원회와 공원 내 사유지 처리안을 큰 틀에서 합의했다고 한다. 1980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팔공산이 43년 만에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는 것이다. 팔공산은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면 관리 예산과 인력이 크게 늘어난다. 자연·문화·생태계 보존이 시급한 팔공산이 새롭게 태어나길 기대한다.


박창억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