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베를린 당국 “수영장서 남녀 모두 ‘탑리스’ 허용"...여성도 상의 벗어도 된다

독일 온천 수영장 홈페이지 캡처

 

독일 수도 베를린 당국이 수영장에서 여성의 상반신 노출을 허용하기로 해 양성평등을 위한 올바른 조치인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수영 복장에서도 남녀가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인데, 혼욕문화가 발달한 독일이라지만 바람직한가 조치인가 의문이 뒤따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10일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AP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베를린시 내 수영장을 관할하는 기관인 베를리너 바더베트리베(BBB)는 전날 성명을 통해 “남녀 모두에게 탑리스(topless·상의 탈의)를 허용한다”면서 수영장 복장 규정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이 규정에는 수영장에 성별에 따른 규칙이 따로 없다. 반소매·비키니·이슬람교도를 위한 부르키니 등도 모두 허용되는 복장이다. 다만 누가 무엇을 입어야 하는지는 명시돼있지 않다.

 

이에 따라 여성들은 가슴을 가리지 않은 채 수영을 해도 되고, 일광욕을 즐겨도 된다. 새 규정은 실내와 실외 수영장에 동일 적용된다.

 

베를린시의 이러한 결정은 지난해 12월 30대 여성 A씨가 상의를 벗고 수영하다 쫓겨난 사건이 발단이 됐다. 당시 A씨는 수영장의 이 같은 조치를 베를린시 산하 ‘평등 대우를 위한 사무소’에 신고했었다.

 

이 사무소는 2020년 베를린시가 별도 제정한 차별금지법을 실행·구현하는 기관이다. A씨의 민원이 접수되자 행정 민원을 감시·감독하는 옴부즈맨 센터가 즉각 사태 파악에 나섰다.

 

A씨는 당시 “여성에게 남성과 다른 옷차림을 요구하는 건 차별”이라며 “수영장 운영 방침에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수영복을 착용하라’고만 돼 있을 뿐 ‘성별에 따라 옷을 달리 입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고 항변했었다.

 

옴부즈맨 센터도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 사건이 차별적이라고 판단했다.

 

일각에서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여성 수영복은 통상 가슴을 가리도록 하기 때문에 A씨의 주장이 과하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었다.

 

그러나 옴부즈맨 센터 측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수영복’은 일상생활에서 입는 옷과 구분하려고 만든 용어이지 ‘상체를 가리라’는 뜻으로 보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옴부즈맨 센터 측은 이번 BBB의 수영장 복장 개선조치와 관련해 “남성, 여성 등과 관계없이 모든 베를린 시민에게 동등한 권리를 확립하고 수영장 직원들에게도 법적 확실성을 만들어줬다”며 반겼다.

 

한편 독일에서는 베를린 외 다른 지역에서도 상의 탈의 수영복을 광범위하게 허용하고 있다.

 

케온 웨스트 런던대 사회심리학 교수는 WP에 “독일인들은 나체에 대해 상당히 관대하다”며 “노출을 성적인 의미보다 ‘자유로운 신체 문화’의 일종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은혜 온라인 뉴스 기자 peh06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