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미국 등을 떠돌다 돌아온 귀한 유물인 ‘독서당계회도(讀書堂契會圖)’가 보물이 된다.
문화재청은 조선시대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만든 독서 연구 기구인 ‘독서당’의 선비들이 한강 일대에서 뱃놀이를 즐기는 모습을 묘사한 회화 독서당계회도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한다고 13일 예고했다. 비단에 그린 수묵채색화인 이 유물은 전체 크기가 가로 72.4㎝, 세로 187.2㎝로 길쭉한 편이다. 조선 중종 대에 독서당에서 ‘사가독서(賜暇讀書: 젊은 문신에게 휴가를 줘 학문에 전념하게 하는 제도)’를 했던 현직 관료의 모임을 기념해 그린 작품이다. 모임은 중종 26년인 1531년 열린 것으로 보이며, 그림 역시 당시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그림은 한동안 일본 교토국립박물관장을 지낸 간다 기이치로(神田喜一郞·1897∼1984)가 소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미국 경매 등을 거쳤고, 지난해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환수했다. 실제 한강 주변의 풍경을 그린 실경산수화의 시원(始原) 양식을 유추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역사적·미술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문화재청은 독서당계회도와 함께 ‘이항복 해서 천자문’, ‘안성 청룡사 금동관음보살좌상’, ‘수능엄경의해(首楞嚴經義海) 권9∼15’ 등 3건도 함께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이항복 해서 천자문은 조선시대 명재상으로 꼽히는 이항복이 손자 이시중의 교육을 위해 1607년 직접 써서 내려준 천자문 책이다. 총 126면의 분량의 책에는 행마다 4자씩 글자를 크게 쓴 뒤 한글로 음과 뜻을 달았다. ‘오십 노인이 땀을 뿌리고 고생을 참으며 썼으니 골짜기에 던져서 이 뜻을 저버리지 말라’는 내용의 글이 있어 이항복의 ‘내리사랑’을 엿볼 수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글자 크기가 약 8㎝로 가장 크고, 시기도 가장 이른 육필 천자문으로 서예사적으로 중요한 자료”라며 “한글 변천을 연구하는 데도 가치 있는 자료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14세기에 제작돼 고려 후기에서 조선 전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양식을 보여주는 청룡사 금동관음보살좌상, 조선 세조 8년인 1462년 간행된 불경인 수능엄경의해 등도 각각 보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