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어제 주요 당직 인선을 발표했다. 김 대표는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끓이겠다”며 당내 화합을 강조했다. 어제도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인선 배경과 관련해 “현안에 정통한 능력을 가진 분들을 중심으로 인선하고, 대통합 모양에 맞는 인물을 선정하는 것도 중점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친윤(친윤석열)계 일색이며, 영남 출신이 대거 발탁됐다. 계파 및 지역 안배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사무총장에 이철규, 전략기획부총장에 박성민, 조직부총장에 배현진 의원 등 내년 총선 공천에 관여하는 자리를 강성 친윤계 의원이 독식한 점이다. 이 사무총장은 친윤계 핵심으로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이 장제원, 권성동, 윤한홍 의원과 함께 한남동 관저로 불러 부부동반으로 만찬한 인사 중 하나다. 김 대표와 같은 울산 출신인 박 부총장은 윤 대통령과도 오랜 인연을 맺어온 사이다. 윤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대변인을 지낸 배 부총장은 경선이 진행되는 동안 김기현 캠프에서 메시지 관리자 역할을 맡았다. 또 강대식 지명직 최고위원(대구 동구 을), 박 부총장(울산 중구), 강민국 수석대변인(경남 진주시 을), 구자근 비서실장(경북 구미시 갑) 등 영남권 출신이 다수 전진 배치됐다.
유승민계 강 최고위원과 나경원 전 의원 측 김민수 대변인이 포함됐지만, 이들은 사실상 무늬만 ‘비주류’다. 강 최고위원은 나 전 의원 출마 포기에 결정적 역할을 한 ‘연판장’에 이름을 올린 만큼 확고한 비윤계로 분류하기 힘들다. 김 대변인 역시 나 전 의원을 대신해 한때 친윤계와 각을 세운 바 있지만 나 전 의원이 경선 막판 김 대표와 연대했던 만큼 친윤계와 다른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집권당이 대통령을 제대로 뒷받침하려면 대통령실 ‘출장소’가 아닌 민심의 창구 구실을 해야 한다. 특정 계파가 당을 장악한 채 독주한다면 민심에 호응하기 어렵고, 당세 확장에도 도움이 안 된다. 친윤계 일색의 당직 인사로 내년 총선 공천이 공정하게 진행되리라는 믿음을 줄 수 있을지도 의문시된다. 더욱이 김 대표는 대통령실의 노골적인 지원에도 안철수·천하람·황교안 당 대표 후보가 도합 47%를 득표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김 대표는 겸허해야 한다. 향후 당직 인선은 물론 당 운영에서도 ‘연포탕’ 약속이 지켜지길 바란다.
[사설] ‘연·포·탕’ 인사 한다며 친윤·영남 대거 기용한 김기현
기사입력 2023-03-13 23:21:32
기사수정 2023-03-27 15:00:02
기사수정 2023-03-27 15: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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