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조기탈락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안고 일본땅을 떠나야 하지만, 이정후(25·키움)만큼은 자신의 천재성과 현재 지니고 있는 기량이 국제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유감없이 증명했다.
이정후는 13일 일본 도쿄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중국전에 3번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1회 첫 타석 안타, 2회 볼넷, 3회 2루타까지 전타석 출루를 이어갔다. 다만 3회 2루타를 친 이후 주루 과정에서 가벼운 통증을 느껴 대주자 박병호와 교체되며 이번 대회를 끝마쳤다.
이정후의 이번 WBC 최종 성적은 4경기 타율 0.429(14타수 6안타). 홈런은 없었지만, 5타점과 4득점을 올렸고, 이날 중국전에 도루까지 1개 성공했다. 출루율 0.500, 장타율 0.571로 둘을 합친 OPS가 1.071. 공에 배트를 맞추는 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만큼 삼진은 단 1개에 불과했다.
경기 뒤 이강철 감독과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이정후는 이날 경기에 대한 소감으로 “순위가 결정됐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선수의 본분이라 열심히 했다”라고 짧게 답했다. 이어 “많은 팬분들과 국민들이 기대를 많이 했을텐데, 결과가 좋지 않아 죄송하다. 저를 비롯해 많은 어린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참가해서 기량이 세계 무대에서 아직은 부족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더욱 발전해서 다음 WBC에서는 더욱 잘 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정후는 일본 취재진이 ‘아버지(이종범)를 따라 일본에서 뛰어 보고 싶은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일단은 올 시즌에 한국에서 더 잘해야 하고, 올 시즌 끝나고 아직은 미국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지난 시즌 타격 5관왕에 오르며 MVP까지 수상해 KBO리그 최고 타자가 된 이정후는 올 시즌을 마치면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 사실상 빅리거 진출을 예약한 이정후가 한국 야구대표팀의 주축 타자로 WBC에 처음 출전한다는 소식에 미국 야구계는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한국의 조기 탈락으로 인해 이정후는 메이저리거들과 상대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이번 대회에서 메이저리그 투수를 상대한 것은 일본전에서 만난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유일했다. 이정후는 다루빗슈를 상대로 2타수 1안타에 1타점을 뽑았다.
이번 대회를 마감하고 돌아본 가장 큰 소득은 일본전 경험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의 빠른 공에 적응도를 높일 수 있도록 타격 자세를 수정한 이정후는 “빠른 공과 변화구를 치기 위해겨울 동안 준비했고, 그걸 경기에서 보여줬다”며 “다른 경기보다는 일본 상대했을 때 헛스윙 없이 잘 대처한 게 수확”이라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타석으로는 다르빗슈를 상대로 안타를 친 3회 타석보다 범타로 물러났던 1회 타석을 얘기했다. 그는 “1회 타석에서 우측으로 가는 잘 맞은 파울 타구를 날린 게 아쉽지만, 기억에 남는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