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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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입양 반세기 만에 찾는 고향…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 [차 한잔 나누며]

‘한국계 미국인’ 美 유타대 체조팀 파든 감독

올림픽 메달리스트 등 제자로
2023년 6월 선수들 데리고 인천 찾아
“아내·아들도 입양아… 특별한 가족
복권 당첨과 다름없는 삶 살아”

1974년 4월 초 인천 중구 관동(현 신포로)1가 중구청. 당시 이 건물은 인천시청사로 그 일대는 지역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었다. 공무원들은 아직 출근도 하지 않은 어스름이 진 이른 시간에 청사 인근에서 갓난아이가 울고 있었다. 우연히 이곳을 지나던 한 시민이 희미한 “응애응애” 소리를 듣고 서둘러 찾아간 곳에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보이는 남아가 있었다. 이 영아는 경찰 보호, 고아원을 거쳐 미국으로 입양됐고, 수십 년이 흘러 미국의 인정받는 스포츠 지도자로 성장했다. 미국 유타대학교 여자체조팀 ‘레드 록스’ 감독인 한국계 미국인 토머스 파든이 그 주인공이다. 파든 감독이 반세기 만에 출생지를 방문한다.

토머스 파든(왼쪽)이 그의 아내·아들과 옛 추억이 담긴 앨범을 들춰보며 소중한 한때를 보내고 있다. 토머스 파든 제공

박만기라는 한국 이름으로 불리는 파든 감독은 14일 세계일보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6월 말쯤 선수들과 유타대 아시아캠퍼스가 있는 인천을 찾는다”며 “우리 팀의 놀라운 실력을 한국 국민에게 선보이는 동시에 선수들이 다양한 문화를 접하도록 할 것”이라고 알렸다.

전미대학체육협회(NCAA)는 4년에 한 차례씩 해외투어를 허용하는데, 이번 방한은 그 일환이다. 유타대 레드 록스에는 올림픽 메달리스트 2명을 포함해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지난 3년 동안 Pac-12(NCAA 서부 지역 12개 대학리그) 챔피언십 우승 5회, 2년 연속 NCAA 3위 등 최상위권 성적을 거뒀다.

토머스 파든 감독

파든 감독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것은 30대 중반 때인 2008년 이후 처음이다. 그는 “아내와 아들, 저까지 모두 입양아 출신이다. 아들을 만나는 행운을 얻기 위해 당시 일부러 (한국에) 들렀었다”면서 “12살 때 나와 같은 처지의 한국 아이를 가족으로 맞겠다고 결심했고, 지금 특별한 가정이 완성됐다”고 소개했다.

파든 감독은 ‘Stars of the North(북성)’라는 기관을 거쳐 미네소타 데이턴의 보호자에게 보내졌다고 했다. 정확한 자료는 없고, 주위로부터 들은 어렴풋한 기억이다.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그는 1974년 3월28일 태어났다. 같은 해 6월29일 한국사회봉사회를 통해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까지 ‘Stars of the Sea children’s Home(해성)’에서 잠시 보살핌을 받은 것이 최초 확인됐다. 해성보육원은 한국 최초의 보육기관으로 전해진다.

토머스 파든이 그가 이끄는 유타대 여자체조팀 ‘레드 록스’ 소속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토머스 파든 제공

파든 감독은 1980년 체조를 시작해 곧 재능을 보였다. 10년 넘게 선수로 활동했지만 스스로를 ‘훌륭하지는 않았다’고 자평한다. 그는 “체조 실력이 미국 최고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았다. 후회는 없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꿈의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 유타에서 제 가족은 복권에 당첨된 것과 다름없는 삶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파든 감독은 2010년 여름 유타대 체조팀 코치, 2015년 공동감독 승격, 2019년부터 단독감독으로 거듭났다. 그는 “어렸을 적에 약 10년이 걸리는 연습 1만시간을 달성하는 게 목표였다”며 “이를 돌파하니 최고 멘토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지금의 자리에서 매일 선수들이 우리 프로그램의 세부사항을 더욱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파든 감독은 6월까지 한참 남았지만 벌써부터 설렌다고 전했다. 그는 “다가올 여름에 한국, 특히 인천을 방문하게 돼 정말 영광”이라며 “우리 팀원들은 이번 여행을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