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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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까지 번진 뱅크런 공포…국제유가 급락·금값은 상승세

금융불안에 시스템 붕괴 우려

세계 9대 투자은행(IB)으로 꼽히는 크레디트스위스가 한때 파산 위기로 몰리면서 글로벌 국제유가 급락과 안전자산 선호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공포 상황에서 벌어지는 전형적인 현상들이 속속 나타나는 중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5일(현지시간)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3.72달러 떨어진 67.6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전일 대비 배럴당 5.2%나 하락한 것으로 배럴당 70달러 선을 내주며 2021년 12월3일 이후 최저가로 밀렸다.

한때 파산 위기에 몰린 크레디트스위스 미국 뉴욕 지점 앞을 15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도 5% 가까이 급락해 배럴당 73달러대로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가능성이 재점화하면서 경기침체로 원유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유가를 끌어내렸다.

안전자산인 금값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1.1%(20.40달러) 오른 1931.30달러에 장을 마감해 지난달 1일 이후 6주 만에 최고가를 찍었다.

미국 CNN 방송은 이날 유럽 금융시장 위기를 보도하며 “크레디트스위스와 실리콘밸리은행(SVB)은 엄밀히 말하면 별개의 사건이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시장에서 군중심리는 매우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전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이미 지난달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인 72억9300만스위스프랑(약 1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연간 순손실을 발표하며 ‘제2의 리먼브러더스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을 받아왔다. 공교롭게도 사우디국립은행의 추가 재정 지원 불가 방침이 SVB 사태 이후 터져 나오며 미국과 유럽의 별개의 사건이 ‘공포’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연결됐다.

이런 공포 확산 속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어져 온 시스템 전체의 붕괴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커지는 중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이날 투자자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이번 위기는 금융위기 이후 공격적인 재정 및 통화 정책으로 인해 풀린 쉬운 돈의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라면서 “위기는 지금도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월가에서 ‘닥터둠’으로 불리는 대표적 비관론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크레디트스위스가 한순간에 무너지기에는 너무 큰 기업이지만 위기 상황에서 구제받기에도 몸집이 너무 크다”면서 “이번 사태는 유럽 금융 시스템뿐만 아니라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금리를 통한 지나친 개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 핌코의 전 최고경영자(CEO)이자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인 엘 에리언은 이날 미국 CNBC 방송에 출연해 “연준이 통화 정책을 수시로 변경하면서 이미 변동성이 극에 달한 시장에 금리 변동성까지 추가했다”면서 “연준이 최근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고 비난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