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사설] 北지령 받아 괴담 유포하고 반정부 투쟁 벌인 간첩단 실체

검찰이 그제 창원 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황모씨 등 이적 단체 ‘자주통일민중전위’(자통) 조직원 4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의 발표 내용은 충격적이다. 자통 산하 경남진보연합 소속인 이들은 2016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 사이 캄보디아 등에서 북한 공작원과 5차례 접선해 충성결의문을 제출한 뒤 공작금 7000달러(약 920만원)를 받아 정권퇴진 투쟁 등을 벌였다. 2018년 8월부터 지난해까지 북한으로부터 받은 지령만 20여건에 이른다. ‘스테가노그래피’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암호화한 문서로 지령을 수령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소셜미디어는 이들의 주된 반정부 투쟁 수단이었다. 2019년 6월 북한은 이들에게 보수 유튜브 채널에 회원으로 위장 가입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댓글을 게시하라고 지시했다. 한·미·일 공조가 강화되던 2021년에는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가 미칠 재앙을 논증하고 ‘괴물고기 출현’ 등 괴담을 인터넷에 유포하라”고까지 했다. 심지어 이태원 참사 직후인 지난해 11월 민주노총의 집회를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제2촛불항쟁을 일으키는 데 활용하라는 지령을 내렸다. 지난해 6월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을 ‘외교참사’라고 비판한 카드 뉴스를 배포한 것도 북한의 지령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북한의 사안별 맞춤형 지령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남한의 체제 위협 세력이 어떻게 이처럼 오랫동안 활개 칠 수 있었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북한의 지시를 받는 것도 모자라 국내 사정을 수시로 보고까지 했다고 한다.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파업을 두고 “과감한 투쟁으로 여론을 만들어냈다”는 내용과 파업을 주도한 조직원 수사 상황을 전달했다. 지난해 10월 경남지역 중심의 ‘윤석열퇴진운동본부’를 구성해 반정부 투쟁을 진행했다는 내용도 북한에 보고했다. 그런데도 자통이 장악한 5개 시민단체가 남북교류 명목으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4억6000만원을 받아 조직원 인건비로 사용했다니 어이가 없다.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크다. 공안 당국이 창원 외에도 제주 ‘ㅎㄱㅎ’과 전북 전주 등 전국적으로 간첩단 수사를 벌이고 있다. 대공수사 역량을 극대화해 간첩단을 발본색원해도 모자랄 판에 내년 1월이면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간다. 국정원의 축적된 수사 노하우와 해외정보망을 사장시킬지도 모를 수사권 이양은 재고하거나 보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