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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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최대 69시간→50시간대로 조정되나…반발 여론에 대폭 후퇴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가 추진 중인 근로시간 개편안과 관련해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고 언급하면서, 개편안의 주 최대 근로시간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주 52시간제를 주 최대 69시간으로 유연화하는 정부 개편안에 대한 반발을 고려해 ‘주 최대 50시간대’의 조정안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의도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이 일터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기존에 정부가 제시한 근로시간 개편안은 현행 주 단위의 근로시간을 최대 연 단위로 유연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주 최대 69시간이라는 계산 역시 기존의 주 단위에서 월 단위 이상으로 범위를 넓혔을 때 주 6일치의 근로시간을 산정한 것이다. 통상 주 5일 근무를 하는 근로자들이 근로기준법상의 11시간 연속 휴게시간을 적용하면 주 최대 57.5시간 근로를 하게 된다.

 

고용부가 이 같은 개편안을 내놓은 배경에는 한국의 근로시간이 점차 감소하는 데 있다. 2018년 주 평균 근로시간은 39.4시간이었는데, 지난해에는 38시간으로 줄었다. 소폭이나마 평균 근로시간의 감소세에 있는 것이다. 연장근로 역시 2018년 주 평균 2.2시간에서 지난해 1.9시간으로 감소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2년 전국 일-생활 균형 실태조사’에서도 주 1시간 이상 일한 취업자 1만7510명이 실제 일한 시간은 주 평균 41시간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뉴시스

여기에 정부 개편안대로 기존의 주 단위에서 월이나 분기, 반기, 연 단위로 범위를 넓히면 실제 총 근로시간은 감소하게 된다. 말 그대로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쉴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특정 주에 근로시간을 집중시키는 것이 근로자의 건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용부 고시상 업무상 뇌심혈관계 질환의 판단 기준은 4주 평균 주 64시간 근로한 경우로 보고 있다. 

 

근로자들은 정부가 취지대로 개편안을 적용하려면 국내 노사관계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 개편안은 노사가 합의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는데, 국내 노조 조직률은 2020년 기준 14.2%에 불과하다. 85% 가량의 근로자는 노조가 없는 상태로 근로시간 협상을 벌여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근로자대표제 강화를 내걸었지만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지난 16일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향’ 토론회에서 “최장 69시간 장시간 근로를 시켜서 노동자 다 죽이는 거냐는 가짜 뉴스가 나오는데, 너무 왜곡된 부분이 있다”며 “모든 노동자에게 69시간을 하라는 취지는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장에서 잘 정착된 52시간은 그대로 쭉 가면 되고, 새로운 분야, 우리가 가보지 못한 분야에서 (근로 시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유연의 폭을 넓혀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MZ(1980년 대초∼2000년대 초 출생)세대’ 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유준환 의장은 “근로 시간을 유연하게 선택하고 쓴다는 취지에는 많은 노동자가 공감하겠지만, 유연의 기준을 주 40시간 기준으로 떠올리지, 연장근로를 유연하게 쓰는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 의장은 “개편안을 통한 과로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과도한 연장근로에 대해 ‘극단적 경우다’, ‘그럴 일 없다’라는 말보다는 노동자를 더 두텁게 보호할 수단을 넣거나 현행에서도 근로감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는 모습을 먼저 보여줘 노동자에게 신뢰를 쌓아주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무부처인 고용부는 개편안을 두고 의견수렴에 착수했다. 다음달 17일까지가 입법예고 기간인 만큼, 의견수렴을 토대로 윤 대통령이 지시한 재검토를 진행해갈 것으로 보인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