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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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뇌물 혐의는 사실” 주장 회고록에… 노무현재단 “일방적 주장, 2차 가해” 비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사 상황이 담긴 회고록을 발간한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에 대해 노무현재단이 “고인과 유가족을 향한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이 전 부장은 책에서 2009년 4월30일 중수부에 출석한 노 전 대통령이 조사실에서 자신에게 “이 부장, 시계는 뺍시다. 쪽팔리잖아”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인규 변호사가 출간한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 회고록이 놓여 있다. 뉴시스

노무현재단은 17일 입장문을 내고 “노 전 대통령 서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정치검사가 정치공작의 산물이며 완성되지도 않았던 검찰 조사를 각색해 책으로 출판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재단은 “책 내용은 확정된 사실이 아닌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며 “정치수사 가해자인 전직 검사 이인규씨에게 2차 가해 공작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장 회고록에는 노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가 모두 사실이었다는 주장과 함께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변호 활동이 부족해 노 전 대통령 서거를 막지 못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권양숙 여사가 고(故) 박연차 회장에게 시계를 받고, 노 전 대통령 재임 중 뇌물로 전달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박 전 회장이 회갑 선물로 친척에게 맡겼고, 그 친척이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권 여사에게 전달한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야 시계의 존재를 알고 폐기했다”고 주장했다. 재단은 권 여사가 아들 노건호씨 주택자금 명목으로 노 전 대통령과 공모해 박회장에게 140만 달러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이 전 중수부장이 주장한 대목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재단은 “권 여사가 타향살이하는 자녀들의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해달라고 정상문 전 비서관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정 전 비서관이 박 회장에게 100만 달러를 빌린 것이 사실”이라며 “이 역시 노 전 대통령은 몰랐던 일”이라고 했다.

 

정 전 비서관의 특수활동비 횡령이 노 전 대통령과 공모한 범죄라는 주장에는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전혀 몰랐고, 일체 관여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도 이 전 중수부장 회고록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한민수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전 부장이 회고록을 통해 노 전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망언을 쏟아내고 있다”며 “이 전 부장은 언론에 피의사실을 흘리며 고인을 죽음으로 몰아간 장본인”이라고 비난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도 MBC 라디오에서 “대통령을 억울한 죽음으로 몰고 간 정치검사가 검사 정권의 뒷배를 믿고 날뛰는 행동”이라며 “노 전 대통령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문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변호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에 대해선 “왜 전관예우를 활용하지 않았냐는 거다. 쉽게 말해 왜 검사들 접촉해 정보도 얻고, 방향을 협의하지 않았냐는 것”이라며 “정치검사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반박했다.

 

참여정부 청와대 민정수석, 문재인 정부 행정안전부 장관을 역임한 전해철 의원은 페이스북에 “무도한 거짓 주장과 파렴치한 행태를 좌시할 수 없다”며 “사실의 적시라기보다 자신의 관점과 시각에서 두 분 대통령을 왜곡되게 묘사하고 폄훼한 것으로, 용인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