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8%에서 1.6%로 또다시 낮췄다. 기업·소비심리 개선 등에 따라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2.6%)를 0.4%포인트 상향 조정한 것과 대조적이다. OECD는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은 긍정적이지만 금리인상에 따른 타이트(tight)한 금융여건은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OECD는 이런 내용의 ‘중간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OECD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1.6%로 예상했다. 지난해 11월 전망치(1.8%) 대비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수치다. OECD는 지난해 11월에도 전망치를 0.4%포인트 내려 잡았는데, 4개월 만에 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이는 주요국의 전망치를 올려 잡은 것과 대조된다. 미국의 경우 성장률 전망치가 기존 0.5%에서 1.5%로 1.0%포인트 높아졌고, 중국도 4.6%에서 5.3%로 상향 조정됐다.
OECD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정부·한국은행과 같고, 국제통화기금(IMF·1.7%)과 한국개발연구원(KDI·1.8%)의 전망치보다 낮다. OECD는 “한국이 호주와 함께 중국 성장 반등의 수혜를 볼 것”이라면서 “타이트한 금융여건에 따른 영향이 상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기재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3월호’에서 “내수 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 부진 및 제조업 기업 심리 위축 등 경기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두 달째 한국 경제를 둔화 국면으로 판단하기도 했다. OECD는 다만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2.3%로 종전 전망치(1.9%)보다 0.4%포인트 올려 잡았다.
OECD는 한국의 물가 상승률은 올해와 내년 각각 3.6%, 2.4%로 내다봤다. 올해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전망 대비 0.3%포인트 하향 조정했지만 내년 물가 상승률은 0.1%포인트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OECD가 당초 전망보다 올해 세계경제가 반등할 것이라고 본 것은 에너지·식량 가격 안정세에 힘입어 구매력이 올라 경제활동과 기업·소비 심리가 개선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또 중국의 완전한 리오프닝으로 글로벌 상품·서비스 수요가 확대된 것도 긍정적 신호라고 분석했다.

OECD는 다만 개선된 전망이 여전히 ‘취약한’(Fragile) 기반 위에 놓여 있다면서 세계경제에서 하방 리스크가 다소 우세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OECD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신흥국의 식량안보 약화, 공급망 분절 심화 등이 성장·물가 악화요인으로 작용 가능하다”면서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 및 기업 부담 가중,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금융기관 불안 및 가파른 주택가격 하락 등도 위험요인”이라고 밝혔다.
OECD는 물가압력 신호가 뚜렷해질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지속할 것을 권고했다. 또 높은 에너지·식량 가격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취약계층을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재정정책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