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최대 명절인 ‘성 패트릭의 날’(3월17일)에 맞춰 미국을 방문한 아일랜드 총리 앞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아일랜드 시인의 작품을 읊었다.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 방한 당시 공식만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인용한 바로 그 작품이라 눈길을 끈다.
19세기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이주한 아일랜드인의 후손인 바이든 대통령은 아일랜드, 그리고 영국령 북아일랜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레오 바라드카 아일랜드 총리와 만나 정상회담을 했다. 부통령 시절부터 바라드카 총리와 교우해 온 바이든 대통령은 “내 집무실을 다시 찾아줘 기쁘게 생각한다”며 “오늘(성 패트릭의 날)은 할아버지 때부터 우리 가정에서 아주 중요한 날”이라고 인사했다. 이어 아일랜드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1865∼1939)의 시를 조금 변형해 “인간의 가장 큰 영광이 시작되고 끝나는 곳은 그런 친구들을 가졌다는 영예”(where a man’s most glory begins and ends is the glory to have such friends)라고 말했다. 친구보다 좋은 것은 없으며 미국에 있어 아일랜드는 가장 소중한 친구라는 의미다.
이 시는 지난해 5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한국을 찾았을 당시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공식만찬 때 윤 대통령이 건배사로 활용해 화제가 됐다. 윤 대통령은 예이츠 시의 원문을 그대로 인용해 “인간의 영광이 어디서 시작하고 끝나는지 생각해보라. 나의 영광은 훌륭한 친구들을 가진 데 있었다“(Think where man’s glory most begins and ends, and say my glory was I had such friends)고 말한 뒤 “한·미 양국은 서로의 훌륭한 친구”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일랜드계 이민의 후손으로 아일랜드 대표 시인이자 노벨문학상(1923년) 수상자인 예이츠의 작품을 특히 좋아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크게 반기며 “예이츠의 시를 인용해줘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이어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위 고 투게더”(We go together: 같이 갑시다)라는 구호를 외치는 것으로 화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의회에서 열린 성 패트릭의 날 기념 오찬에서도 인사말을 통해 아일랜드 시인의 작품을 소개했다. 역시 노벨문학상(1995년) 수상자인 셰이머스 히니(1939∼2013)의 시 ‘트로이에서의 치유’를 인용해 “역사는 말한다, 무덤 이쪽 편에서는 희망을 갖지 말라고. 하지만, 생애에 한 번은 열망하던 정의의 큰 물결이 밀려올 것이며, 희망과 역사가 일치하리라”(History says, don’t hope On this side of the grave. But then, once in a lifetime The longed-for tidal wave Of justice rises up, And hope and history rhyme)라고 말했다.
그는 오찬이 끝난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시의 전문을 올린 뒤 “내 동료들은 오랫동안 내가 아일랜드계 후손이라서 만날 아일랜드 시만 인용한다고 나를 놀리곤 했다”며 “하지만 그게 아니고 아일랜드 시인들이 정말 최고의 시인들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히니의 ‘트로이에서의 치유’는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라고 치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