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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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노동자 죽음 안타까워한 이재명 “‘코리안 드림’이 ‘악몽’으로 바뀌지 않게 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포천 돼지농장서 숨진 태국 이주 노동자 등 관련해 정부에 "처우 개선 앞장서야" 촉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일 경기 포천의 한 돼지농장에서 숨진 태국인 이주노동자 사연 등에 안타까워하면서 이주 노동자들의 ‘코리안 드림’이 ‘코리안 악몽’으로 바뀌지 않게 정부가 처우 개선 등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가장 곤궁한 처지에 있는 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사회 전체의 품격을 보여준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우리 곁의 이주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보면 대한민국을 선진국이라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라고 덧붙였다.

 

앞서 10여년간 포천 돼지농장에서 일하다가 숨진 뒤 농장주에 의해 야산에 버려진 태국 국적 60대 근로자 A씨는 열악한 숙소에서 지내온 것으로 드러났고, 전북 고창에서는 난방비를 아끼려 냉골방에서 장작을 피운 태국인 부부가 질식사했다.

 

건강상 문제로 숨진 것으로 알려진 A씨는 미등록 이주 노동자(불법 체류자)로 관련 기관의 보호 대상에서도 제외됐는데, 장시간 노동을 하며 주로 열악한 방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는 등 인간관계에서도 고립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등록 이주 노동자 불법 고용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워 시신을 유기한 농장주는 지난 7일 구속됐다.

 

지난달 23일 고창의 한 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태국인 부부는 10년 전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관광 비자로 한국에 들어온 뒤 고창군에 정착, 불법 체류자가 돼 논밭일 등을 하며 고향에 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 시신 발견 당시 방에는 불에 탄 장작과 화로가 있었고, 시신의 혈중 일산화탄소 농도는 40% 이상이었다.

 

이 대표는 “개인에게만 책임을 떠넘기기엔 이주 노동자는 이미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필수적인 존재”라며 “‘3D’ 업종 대부분이 이주 노동자에게 의존하고, 제조업 공장이나 농가는 이주 노동자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강조했다.

 

이주 노동자의 중요성에 비하면 처우와 관심이 매우 부족하다면서, 이 대표는 “신분이 불안정하다는 점을 악용한 인권 유린과 노동 착취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정부의 ‘이민청 설립’ 속도내기를 단순한 노동력 공급 관점에서 보면 안 되고 합당한 처우 보장도 시급하다면서 이주 노동자 10명 중 절반이 비거주 지역에 살고 4명은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던 2021년 경기도의 이주 노동자 주거환경 전수조사 결과를 언급했다.

 

이 대표는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와 개선책 수립을 이민 정책의 주요 과제로 삼아야 한다며, 과거 대한민국 청년도 일자리를 찾아 해외에서 고초를 겪었다는 말과 함께 이주 노동자들의 코리안 드림이 코리안 악몽으로 바뀌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