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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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거제 개편 꼭 성공해야 하지만 의원 수 증원은 안 돼

내년 4월 총선에 적용될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정치권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정의당은 오는 27일부터 2주간 열릴 예정인 국회 전원위원회에 참가하기로 결정했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위는 전원위에 올릴 3가지 선거제도 개편안을 17일 의결했다. 2004년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을 다룬 후 19년 만에 열리는 전원위는 국회의원 전원이 안건에 대해 끝장토론을 벌이는 회의다. 전원위에서는 이들 3개 안을 토대로 선거제 개편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한 지역구에서 한 명의 국회의원만을 뽑는 현행 소선거구제는 승자 독식과 특정 정당의 지역 독점, 과도한 사표(死票) 양산 등으로 극단적 대결정치라는 폐단을 낳고 있다. 그 결과 협치가 설 자리를 잃게 하고 다양한 정치적 목소리를 담아내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회 정개특위가 지난달 발표한 ‘정치개혁 인식조사’에서도 국민 72.4%가 “선거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중대선거구제 역시 인지도 높은 중진에게 유리하고 책임정치가 약화하는 한편 파벌정치를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작지 않다. 그럼에도 어느 때보다 현 선거제에 대한 문제의식과 더 나은 제도 개편을 향한 공감대가 무르익고 있어 기대를 걸 만하다.

정개특위 소위의 3가지 개편안은 ‘소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중대선거구제(도농복합형 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다. 1·2안은 지역구 의석수(253석)는 현재와 동일하게 하고 비례대표 의석은 현재(47석)보다 50석 늘리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3안은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만큼 비례의석을 늘리는 안을 담고 있다. 이번에는 유권자 뜻이 제대로 반영되도록 비례성을 높이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가능케 하는 제도를 설계하기 바란다.

그러나 제도 개편을 빌미로 의원 숫자를 늘리려는 것은 민의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일은 하지 않고 정쟁에 빠져 있으면서 의원 수를 늘리자는 주장에 동의할 국민은 거의 없다. 우리나라는 의원 보수 대비 국회 효과성이 꼴찌인 이탈리아 다음으로 낮다. 특권을 내려놓는 등 정치권 문화가 바뀌었음을 국민이 체감하기 전까지는 어떤 선거제도 개혁안도 의원 정수 확대가 동반될 경우 국민 공감을 얻기 어렵다. 선거제 개편의 출발점은 기득권 내려놓기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