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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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일 관계 정상화가 ‘숭일외교’라는 野, 미래는 안 보나

日 강제동원 해법 기대 못 미쳐도
수출규제 해제 등 성과 적지 않아
초당적 차원에서 국익 도모해야

엊그제 도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전방위 공세를 펼치고 있다. 진보 진영 시민단체들이 주말 서울시청 광장 일대에서 주최한 범국민 규탄대회에도 당 소속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재명 대표는 “일본에 간 대통령이 국민 뜻대로 행동하지 않고, 끝내 일본 하수인의 길을 선택했다”며 “대통령이 선물보따리는 잔뜩 들고 갔는데 돌아온 건 빈손도 아닌 청구서뿐이다”라고 맹비난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도 “대일 굴종외교는 이제 친일외교를 넘어 ‘숭일외교’로 부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민들의 반일감정을 최대한 자극해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는 술수가 아닐 수 없다.

이번 회담에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해법에 대한 일본의 자세에는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한 ‘제3자 대위변제’ 방식에 전범기업인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 등이 참여하지 않은 것은 실망스럽다. “역사인식은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한다”고 하면서도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사죄하지 않은 건 우리 입장에선 아쉬운 일이다. 그렇다고 해도 안보·경제 부문에서 거둔 상당한 성과까지 폄훼할 일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무릅쓴 결단이 아니었다면 얻을 수 없던 것들이다.

눈앞에 보이는 성과도 적지 않다. 북핵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는 시의적절한 조치다. 북한은 어제 또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올 들어서만 7번째 탄도미사일 발사다. 사흘 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쏜 만큼 북한은 7차 핵실험을 위한 명분 쌓기 수순을 밟을 것이다. 북핵에 대응한 확장억제 실효성을 높여가기 위해선 한·미·일 협력이 필수적인데, 이는 한·일 관계 정상화 없이는 기대하기 어렵다.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제한 조치 해제, 미래협력기금 창설도 주목할 만한 조치들이다. 금융·외환 분야 협력 등 후속조치가 가시화한다면 한·일 관계가 더 무르익을 것이다.

과거사에 얽매여 언제까지 한·일 관계가 제자리걸음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기술패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여파는 여야가 힘을 합쳐도 헤쳐 나가기 쉽지 않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지난 5년간 한·일 관계를 최악의 구렁텅이로 만든 것에 대한 반성 없이 또 ‘죽창가’를 부르고 있다. 무엇이 국익을 위한 길인지 생각해야 한다. 윤 대통령도 야당 지도자들과 자리를 만들어 방일 성과를 설명하는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