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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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북한인권조사위 10주년…"北에 책임 묻도록 증거 수집 계속돼야"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설립 10주년이 지났지만, 북한 정권에 대한 ‘책임(accountability)규명’을 묻는 작업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북한 정권과 관련 인물들을 국제 법정에 세우기는 쉽지 않지만, 심각성을 촉구하는 차원에서라도 북한 정권에 대해 인권 유린의 책임을 묻는 작업은 계속돼야 한다는 취지다.

 

20일 연세대 국제대학원에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설립 10주년 : 북한 인권운동의 중점과제와 미래’를 주제로 열린 국제학술 세미나에서는 심각성을 인지하고 북한 정권에 대한 책임규명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부터)과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장, 이정훈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장을 비롯한 내빈들이 2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에서 열린 유엔 인권 조사위원회(COI) 설립 10주년을 맞이해 열린 '북한 인권운동의 중점 과제와 미래' 세미나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장은 “유엔 COI 보고서가 채택된 이후 바뀐 건 없고 북한 인권 상황도 여전히 그대로”라며 COI 보고서가 나온 지 1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가해자의 책임규명 문제와 씨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COI는 2014년 보고서에서 북한 당국의 정책에 따라 내부에서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인권 유린이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관련자들의 책임을 묻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를 ICC에 회부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법무법인 데비보이스 앤드 플림턴 소속 나위 우카비알라 변호사는 “(북한 당국에 대한) 기소와 수사가 현지 정치적 상황으로 어렵다고 할지라도 완전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기소 문제를 계속 테이블 위에 놓고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북한 인권 문제를 ICC로 회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북한은 ICC의 설립 근거인 로마협약의 당사국이 아니기에 ICC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ICC에 북한 인권 문제를 수사해달라는 요청을 할수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비토권을 감안한다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북한인권을 공식의제로 선정하지 못하고, 북한인권과 관련해 비공식 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우카비알라 변호사는 다른 선택지로 북한을 특별재판소 법정에 세우는 방법을 언급하며 ‘기회’가 올 때까지 관련 증거를 모으고 책임 규명 노력을 지속할 것을 촉구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앞줄 가운데)과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장(앞줄 왼쪽)이 2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에서 열린 유엔 인권 조사위원회(COI) 설립 10주년을 맞이해 열린 '북한 인권운동의 중점 과제와 미래'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요덕관리소(제15호 정치범수용소) 수감자 출신인 정광일 노체인 대표는 ICC가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범죄 혐의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북한은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동족을 잡아 고문하고 있는데 왜 김정은한테는 체포영장이 발부 안 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6년 ICC에서 탈퇴한 러시아는 ICC 결정이 법적으로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푸틴 대통령에 체포영장을 발부했다는 취지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