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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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영재학교 취지 살려 4차 산업혁명 주역 길러내야

교육부가 올해부터 2027년까지 영재교육 방향과 과제를 담은 ‘제5차 영재교육진흥 종합계획’을 그제 내놓았다. 과학영재 발굴과 육성 지원을 위해 2008년부터 5년 단위로 국가 지원 방향을 담아 공개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계획은 숨은 인재 발굴과 맞춤형 지원, 소프트웨어·인공지능(AI) 영재교육 강화 및 영역 다양화, 영재교육기관 내실화 등 방안을 두루 담고 있다. 미래 핵심기술 개발을 둘러싼 각국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국내 기술 개발을 주도할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시의적절한 청사진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양적 성장을 추구했던 영재교육을 내실화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둔 건 제대로 잡은 방향이다. 디지털 사회로의 대전환, 학령인구 감소 등 급변하는 환경에서 ‘희망하는 모든 학생에게 영재교육 기회를 확대한다’는 기존 방향의 선회는 불가피해졌다. 가능성 있는 영재를 제대로 키워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이 되도록 해야 한다.

영재학교·과학고 학생들의 의대·약대 진학이 그치질 않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올해도 8개 영재고 졸업생의 9.5%, 20개 과학고 졸업생의 2.1%가 의·약학 계열로 진학했다. 지난해 신입생부터 적용한 교육비·장학금 환수, 교외 교육·연구 활동 학교생활기록부 미기재 등의 의·약학 계열 진학자 제재를 이번에 더 강화하기로 한 건 고육지책이다.

이것만으로 과학영재의 의대·약대 쏠림을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1500만원 수준의 교육비를 반납하고서도 의대에 진학해 얻을 미래 사회경제적 이익이 훨씬 크다. 일반고 학생부로 전환하더라도 정시를 통한 길까지 막을 순 없는 노릇이다.

과학영재들이 졸업 후에도 묵묵히 제 갈 길을 걸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과학영재들이 대학에 가서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면서 유학도 가고 좋은 직장에 취업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정부가 전국에 15개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해 반도체·로봇·이차전지 등 6대 산업에 550조원을 투자하는 야심 찬 계획을 밝힌 만큼 영재교육과 연계해 종합적인 육성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AI·반도체·배터리·양자 등 첨단기술이 국가 경제 및 안보와 직결되는 시대다. 변변한 자원 없이 뛰어난 인력을 바탕으로 수출만으로 성장해온 한국이 지금 첨단 핵심기술 개발에 국가의 명운을 걸고 있다. 과학영재들이 그 선두에 서서 능력을 발휘하는 인재로 성장하도록 국가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