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큼은 동경하지 말자.”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이 열린 22일. 일본 야구 ‘최고의 스타’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가 경기를 앞두고 라커룸에서 선수들의 투지를 일으켰다. 완벽한 연설이었다.
일본 대표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은 이날 미국과 2023 WBC 결승전을 앞두고 오타니가 선수들을 한데 모아 연설한 모습을 영상으로 공유했다.
오타니는 “하나만 말하겠습니다. (미국을) 동경하지 맙시다. 1루에 골드슈미트가 있고 외야에는 트라웃과 베츠가 있습니다. 야구를 하다 보면 누구나 들어본 이름일 텐데요. 오늘 하루만은 (그 마음을) 버립시다”라고 동료들에게 당부했다. 옅은 미소를 띤 오타니의 목소리는 담담하면서도 결의가 담겼다.
오타니는 이어 “미국을 동경해버리면 넘어설 수 없습니다. 오늘 우리는 그들을 넘어서기 위해, 1위가 되기 위해 왔습니다. 오늘 하루만은 그들을 동경하는 마음을 버리고 이기는 것만 생각합시다. 가자!”라고 연설을 끝냈다. 동료들은 오타니의 말에 호응하며 소리를 질렀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선수(MVP)급 활약을 하며 수많은 이들로부터 동경을 받는 오타니지만, 이날 그는 조국이 미국을 뛰어넘기 위해 결의에 불탔다. 본인부터 솔선수범했다. 3번 타자 겸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오타니는 1회 첫 타석에서 볼넷,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났다. 5회 세 번째 타석에서도 2루수 땅볼 처리되며 일본이 뽑은 3점에는 기여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승을 위한 의지는 가득했다. 혹시 모를 늦은 이닝 등판을 위해 오타니는 5회 타석이 끝난 후 좌측 외야에 설치된 불펜으로 향해 몸을 풀기 시작했다. 6회말 연속 볼넷으로 라스 눗바가 타석에 들어가자 다시 벤치로 향했으나, 눗바가 우익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나자 다시 불펜으로 돌아가 몸을 예열했다.
오타니는 7회초 4번째 타석에서 풀카운트 승부 후 2루 베이스 옆을 스치는 타구를 1루까지 내달려 내야 안타로 만들어냈다. 간절함과 투지가 돋보인 장면이었다.
끝내 본인의 손으로 대회의 마지막을 완벽하게 장식했다. 일본이 3-2로 앞선 9회초 오타니는 마무리 투수로 마운드 위에 올랐다. 유니폼은 이미 흙으로 지저분해진 상태였다.
상대는 지난해 내셔널리그 타격왕 제프 맥닐, 아메리칸리그 MVP 경력의 무키 베츠와 마이크 트라웃. 오타니는 이들을 볼넷, 병살타, 헛스윙 삼진으로 깔끔하게 처리했다. 마지막 에인절스 팀 동료 트라웃과 풀카운트 상황에서의 슬라이더는 일품이었다. 시속 160㎞의 빠른 직구를 던지다 시속 140㎞ 슬라이더가 날라 오자 트라웃의 방망이는 헛돌아 갈 수밖에 없었다. 그대로 포수의 글러브에 공이 꽂혔다. 일본은 미국을 제압하고 2006년, 2009년 우승 이후 14년 만에 세계 야구의 정점에 섰다.
2023 WBC 조직위원회는 오타니를 대회 MVP를 선정했다. 오타니는 타자로서 7경기 타율 0.435, 1홈런 8타점 9득점 1도루, 출루율 0.606 장타율 0.739, OPS 1.345를 기록했다. 투수로서도 3경기(선발 2경기) 등판해 2승 무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86, 9⅔이닝 11탈삼진을 작성했다.
오타니는 이번 우승을 ‘아시아의 승리’라고 밝혔다. 그는 경기 뒤 인터뷰에서 “세계 최고를 꿈꾸고 있었기 때문에 정말 행복하다. WBC가 끝났다는 것이 슬프다. 이제 메이저리그 시즌이 시작된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지면서 “일본의 우승이 한국, 대만, 중국 등 여러 (아시아) 나라들이 야구를 더욱 사랑할 수 있도록 하는 우승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