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앞에 우두커니 앉아 있던 치매 어르신이 경찰의 눈썰미와 식당 주인 등의 관심 덕분에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식당 주인과 직원 등은 어르신이 가족과 만날 때까지 편하게 식사하도록 마스크를 내려주고 수저를 준비해줬다.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달 초 대구광역시 서구의 한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오던 경찰관들이 국밥을 앞에 둔 채 가만히 앉은 어르신을 발견했다.
경찰관들이 나간 후에도 어르신은 가만히 앉아있었고, 이를 의아해 한 직원들이 다가가 수저를 준비하고 식사할 수 있도록 마스크도 내려줬다.
잠시 후 경찰에 ‘치매로 길 잃은 어르신을 찾는다’는 신고가 들어왔고, 때마침 식당에서 본 어르신 인상착의를 기억한 경찰관들이 다시 식당으로 돌아가 신원을 확인했다.
신고 내용과 인상착의가 같은 것을 확인한 경찰관들의 ‘가족들이 찾고 있다’는 말에 이 어르신은 ‘배고파서 국밥을 먹으러 왔다’고 답했다.
가족에게 연락할 테니 천천히 식사하라는 말과 함께 경찰은 자리를 비켜줬고, 어르신은 식사를 마칠 무렵 식당에 도착한 가족과 무사히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식당 사장 김모(64)씨는 23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어르신이 오셔서 앉아 계시기에 ‘국밥 한 그릇 드릴까예’라고 여쭸다”며 “그런데 (식사가 나왔는데도) 드시지를 않으셔서 이모(직원)들이 숟가락을 챙겨드렸다”고 떠올렸다.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2주 전쯤’ 있었던 일이라고만 언급한 김씨는 “어르신의 마스크를 내려 드리고, 간도 맞춰서 드렸다”고 전했다.
김씨는 “경찰관분들은 또 예리하시니 한번 보고 가셨을 뿐인데 ‘할머니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들어와서 바로 다시 찾아오셨다”며 “식구들이 나중에 와서 어르신을 모시고 가셨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에서만 40년 가까이 장사를 해온 김씨는 가끔 어르신들이 오시면 식사를 무료로 제공한다고도 한다. 다만, 김씨는 ‘봉사활동의 차원인가’라는 질문에는 “그런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김씨는 어르신 모시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듯 겸손해하며 자신의 이름 전체를 알리는 것은 정중히 사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