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생산된 쌀의 정부 매입을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어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개정안에 강력 반대했지만, 수적 우위를 앞세운 민주당은 찬성 169명, 반대 90명, 기권 7명으로 손쉽게 법안을 가결했다. 이 개정안은 쌀 생산량이 평년보다 3~5% 증가하거나 쌀값이 평년보다 5~8% 떨어지는 경우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의무 매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쌀의 과잉 생산을 유발하고 국가 재정을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민의힘 건의대로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가 마땅하다.
민주당은 최근 툭하면 직회부 카드를 꺼내는 등 입법 폭주를 일삼고 있다. 양곡관리법은 지난해 12월 28일 민주당 강행으로 본회의에 직회부됐다. 지난 21일에는 공영방송의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임 절차를 변경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도 직회부됐다. 공영방송의 이사 수를 총 21명으로 늘리는 개정안에 대해 민주당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증원된 이사 자리에 친민주당 성향 인물을 앉혀 문재인정부 당시 장악한 공영방송에 대한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려는 게 속내로 읽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도 지난달 민주당 주도로 간호법 제정안 직회부를 결정했다. 이로써 양곡관리법까지 합쳐 법사위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올려진 법안은 9개가 됐다. 민주당은 또 노조의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 직회부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예결위원회를 제외한 전체 상임위원회 17곳 중 6곳에서 민주당 주도로 직회부가 가능하다. 민주당의 입법 폭주가 얼마나 더 계속될지 걱정스러울 뿐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법사위가 일반 상임위에서 회부된 법안에 대해 이유 없이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해당 상임위에서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법안을 곧바로 본회의에 올릴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직회부 남발은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는 의회 민주주의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더구나 민주당은 2020년 총선 압승 이후 입법 폭주 과정에서 상임위 강제 사보임과 위장 탈당, 회기 쪼개기 등 온갖 꼼수를 총동원했다. 민주당이 의석수만을 내세워 인기 영합적인 포퓰리즘 입법을 밀어붙인다면 내년 총선에서 엄중한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사설] 양곡법 결국 국회 통과… 巨野 입법 폭주의 끝은 어디인가
기사입력 2023-03-24 00:05:33
기사수정 2023-03-24 00:05:32
기사수정 2023-03-24 00: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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