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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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힐링 ‘촌캉스’…군위로 떠나요

봄을 알리는 3월이다. 메마른 나뭇가지는 잎을 뻗어 내고, 들꽃은 꽃망울을 터트리는 계절이다. 자연과 함께 여유로운 관광을 즐기고 싶다면 이번 봄 ‘경북 군위’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군위는 할머니 집을 방문한 듯 따뜻한 감성이 가득 배어있는 시골의 고즈넉한 여유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수려한 자연경관과 맑은 공기, 바람에 흩날리는 봄꽃은 덤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계절을 맞아 경북의 ‘촌캉스(촌+바캉스)’ 일번지, 군위를 안내한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촬영지인 군위군 혜원의집. 군위군 제공

◆뉴트로 열풍에…MZ세대 취향 저격 ‘탕탕’

 

2018년에 개봉해 150만 관객을 모았던 영화 ‘리틀 포레스트’. 이 영화 촬영지가 바로 군위군 우보면 ‘혜원의집’이다. 이곳은 영화 속 세트를 그대로 보존했다.

 

집 마당으로 들어서면 처마 밑에 주렁주렁 매달린 감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다. 포토존은 지나칠 수 없는 법. 이곳을 방문했다면 처마 밑 감과 인증사진을 남겨야 한다. 인스타그램에 혜원의집을 검색하면 이곳 인증사진이 수두룩한데 요즘 말로 ‘사진 맛집’이다.

 

집 내부에 들어서면 부엌에 시선이 머문다. 배추전과 아카시아꽃 튀김, 달걀 샌드위치, 시루떡까지···.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주인공 혜원(김태리 역)이 빠른 손놀림으로 뚝딱 음식을 만들어 먹방을 하는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떠오른다.

 

군위군 산성명의 복고박물관 엄마아빠어릴적에. 군위군 제공 

이곳에서 차량으로 15분 정도 떨어진 곳엔 ‘화본역’이 있다. 조용한 시골의 간이역 풍경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화본역은 중앙선(청량리~경주) 기차역으로 매일 상·하행선이 3회씩 정차한다. 입장료 1000원을 내면 1930년대 말에 지어진 급수탑 내부를 구경할 수 있다.

 

‘엄마아빠어릴적에’도 빼놓을 수 없다. 문을 닫은 군위 산성중학교를 리모델링해 만든 박물관으로 화본역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있다. 이곳은 1960~1970년대 추억을 재현해 옛 향수를 자극한다. 왁스칠을 하던 나무 바닥에 도시락을 데울 수 있는 난로, 풍금 오르간까지. 옛 교실 모습을 그대로다. LP판이 가득한 뮤직박스와 포니2 자동차도 향수를 더한다.

 

가장 인기는 1970년대 골목이다. 상회와 소리사, 서점, 이발관 등 구석구석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곳은 어린이에게도 인기다. 운동장에는 굴렁쇠와 스카이콩콩은 물론 꼬마기차, 에어바운스 같은 체험 요소가 풍성하다. 경상도에선 이른바 ‘뽑기’로 불리는 ‘달고나’ 체험이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군위군 부계면 삼존석굴. 군위군 제공

◆“배낭 매고 자연 속으로”

 

군위군은 ‘삼국유사의 고장’이라 불린다. 고려 후기 대표적 고승인 일연(1206∼1289년) 스님이 입적하기 직전까지 5년간 군위 인각사에 머물며 수많은 서적을 썼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서적이 ‘삼국유사’다.

 

고즈넉한 사찰을 찾고 싶은 이들에게는 인각사가 딱 맞다. 인각사는 주차장에서 사찰로 이르는 길 풍경이 ‘자연의 위로’ 그 자체다.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의 청아한 소리가 관광객을 반긴다.

 

군위군 팔공산 하늘정원. 군위군 제공

‘삼존석굴’은 ‘제2석굴암’이라고 불린다. 수직의 천연 암벽 20m 높이에 굴을 만들어 아미타여래 삼존상을 모셨다. 경주 석굴암보다 70여년 앞서 석굴암의 원조로 불린다. 석굴 내에는 700년경 조성된 본존불 아미타삼존석굴이 결가부좌한 모습으로 안치돼 있다.

 

팔공산은 1980년 5월 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지정 권역은 대구 동구를 비롯해 경북 칠곡, 군위, 영천, 경산 등 다섯 기초단체에 걸쳐 125.232㎢에 이른다. 이 중 군위군 부계면 동산리에 위치한 해발 1192.3m의 ‘비로봉’은 팔공산의 주봉이다. 비로봉에서 북쪽으로 600여m 떨어진 부계면 동산리 ‘팔공산 하늘정원’은 산림욕을 즐기며 걷기에 제격이다.

 

군위군의 대표 먹거리 한우. 군위군 제공

◆청정지역에서 키운 한우 ‘엄지 척

 

여행에서 ‘무엇을 먹을 것인가’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처럼 여행은 맛있는 음식과 함께 할 때 더욱 흥이 나는 법이다. 군위에 먹거리에 관해 묻는다면 십중팔구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바로 “군위한우”다. 

 

군위에서 군위한우를 맛보지 않았다면 이번 여행은 ‘앙꼬 없는 찐빵’과 다름없다. 실제로 주말이면 대구에서 군위한우를 맛보기 위한 차량이 거리에 줄을 잇는다. 점심시간과 맞물렸다면 대기표를 받고 기다려야 겨우 자리를 얻을 수 있다.

 

군위한우는 팔공산 배후 청정지역에서 정성 들여 사육한다. 선홍색 살코기 사이로 마블링이 잘 형성돼 육즙이 풍부하고 감칠맛이 나며 씹는 맛이 부드럽다. 혈액순환과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는 불포화 지방산 함량이 시중 소고기보다 높다고 알려져 있다.

 

가격도 합리적이다. 소고기 생산 농가가 직접 운영하는 전문 음식점 단지가 활성화돼 유통단계를 줄여 싼 가격으로 고품질 고기를 공급하고 있다. 도축부터 판매까지 이뤄지는 대형식당에선 돌판 또는 숯불을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한우와 함께 생고기와 육회 역시 인기다. 군위한우를 먹어본 사람은 잘 아는 사실이지만, 생고기와 육회에서도 반지르르한 윤이 난다. 군위한우는 보약 한 첩을 먹은 것과 다름없는 든든함을 느낄 수 있다. 군위를 찾았다면 꼭 한 번 군위한우를 맛보길 추천한다.


군위=배소영 기자 sos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