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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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핵위협 높이는 북·중·러, 한·미·일 ‘핵억제 협의체’ 서둘라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핵 위협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달 미국과의 핵무기 통제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엊그제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푸틴은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최근 정상회담에서 고속중성자 원자로협력 계약도 체결했다. 지난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해 60여발의 탄도미사일을 쏜 북한은 올 들어선 핵탄두를 탄도미사일에 탑재해 공중폭발 실험을 하는 등 7차 핵실험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북·중·러의 핵무기 증강과 위협이 끝간 데 없다.

러시아의 벨라루스 전술핵 배치는 예고된 수순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자신들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미국과 EU(유럽연합) 등 국제사회 탓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이미 핵무기 운반체계인 이스칸데르 미사일 등을 벨라루스에 배치했다. 미국은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터키 등 6개 공군기지에 150∼200기의 B61계열 전술 핵폭격기를 배치하고 있고, 유사시엔 나토(NATO·북대서양 조약기구)와 협의해 러시아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러시아의 이번 조치가 핵 확산 유발과 러·미 간 충돌로 비화할까 걱정스럽다.

우리 앞에 놓인 문제는 머리 위로 날아들 북핵이다. 최근의 북핵 위협은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다. 얼마 전 모의 핵탄두를 탑재한 전술탄도미사일이 살상효과가 가장 크다는 800m 상공에서 폭발했다는 것과 핵무인 공격정의 수중폭발시험 사진 공개 등은 북한의 일방 주장이긴 하나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북한은 어제 탄도미사일 2발을 또 발사했다. 지금의 상황은 ICBM을 3차례 발사하고 6차 핵실험을 한 2017년의 핵폭주와 닮은꼴이다. 북한이 그간 온갖 핵투발 시험을 한 것을 감안한다면 7차 핵실험은 이제 김정은의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러의 ‘뒷배’가 있는 이상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목표를 비핵화에서 ‘완벽한 핵 억제’로 선회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 내 핵무기가 재배치돼야 한다”는 미국 연방 상원외교위원회 제임스 리시 의원의 말에는 북한의 핵위협은 지금 수준의 대응으로는 억지할 수 없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를 계기로 ‘한·미·일 핵억제 협의체’ 창설을 서둘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