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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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한국국제大 ‘벚꽃엔딩’ 위기… 2023년 학생 정원 393명 반토막

공과금 11억 연체 단전·단수 임박
시설 운영 부실… 4개 건물만 운영
교직원 “법인 소극적 태도 일관
관계당국 적극 나서달라” 호소

설립 46년을 맞은 경남 진주의 4년제 한국국제대학교가 심각한 재정난으로 존폐 갈림길에 놓였다. 교직원과 학생들은 경영권을 가진 학교법인 측에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관계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27일 한국국제대 등에 따르면 이 대학이 밀린 각종 공과금은 11억원 정도다. 한국전력은 지난 10일까지 밀린 전기요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15일부터 단전할 예정이었지만, 이달 말까지 기한을 연장했다. 수도요금도 체납돼 진주시가 다음달부터 이 대학에 단수 조치할 계획이다.

27일 경남 진주 한국국제대학교가 심각한 재정난으로 존폐 기로에 서 있는 가운데 학생식당도 운영되지 않고 있다. 진주=강승우 기자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교 시설 운영도 엉망이다. 본관 승강기는 수년째 전력이 끊겨 직원과 학생들은 걸어서 이동하고, 청소 인력이 없어 화장실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는 실정이다. 학내에 10여개 건물이 있지만 현재는 대부분 폐쇄됐으며, 4개 건물에서 강의 중이다.

한국국제대는 1977년 7월 학교법인 일선학원으로 설립 인가를 받은 뒤 2003년 4년제 종합대학으로 승격됐다. 이때만 하더라도 입학정원은 1265명이었다.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 경쟁력 하락 등의 요인으로 정원은 계속 주는 추세다.

본격적으로 상황이 악화한 것은 2018년부터다. 평가 하위권에 속하는 대학에 정부가 재정 지원이나 학자금 대출 등을 제한하는 ‘재정 지원 제한 대학’에 지정되면서다. 이때부터 교직원 월급이 밀리기 시작해 교수뿐만 아니라 교직원들이 학교를 떠나면서 학생들도 더는 학교를 찾지 않고 있다. 2021년 180명이던 교직원은 현재 58명에 불과하다. 2018년 738명이던 학생 정원은 올해는 393명으로 반 토막이 났다. 올해 입학한 신입생은 27명에 그쳐 충원율은 7%에 불과하다. 남은 교직원들은 임금 체불이 4년 동안 이어지면서 은행 대출 등을 통해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최종 책임이 있는 법인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교직원들은 지적한다. 학교의 한 관계자는 “조속한 절차를 위해서라도 채권자가 아닌 법인이 나서 차라리 파산 신청을 해줬으면 할 정도”라며 “하지만 법인 측은 여태껏 적극 나서지를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법인 역시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라고 한다. 주 수입원인 부동산 임대는 수익용 기본재산 경매, 건물 미준공으로 인해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고액 장기체납자에 등록돼 진주시에 체납한 지방세만 2억8000만원가량이다. 사학연금법에 규정된 법인부담금도 대학으로 전출하지 못한 지 수년째여서 대학이 법인에서 받지 못한 채권만 21억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법인은 학교 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학생들은 “학과에는 학과장도 없고, 도와주는 이도 없다. 학교가 파산하면 어떻게 될지, 남아 있는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건지 말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진주=강승우 기자 ks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