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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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北 ‘화산-31’ 첫 공개… 소형화한 전술핵 대응 방안 시급하다

북한이 ‘화산-31’로 명명된 전술핵탄두를 전격 공개했다. 소형화한 전술핵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어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무기병기화사업 지도 사실을 알리면서 여러 종류의 전술핵탄두 실물과 사진을 공개했다. 드러난 핵탄두의 직경은 40∼50㎝, 길이는 1m 정도다. 2016년 3월 원형의 소형 핵탄두 추정 물체를 공개한 지 7년 만에 소형화, 경량화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앞선 증폭핵분열탄과 수소탄 탄두에 이어 핵탄두 다종화도 이룬 셈이다.

그동안 군과 정보당국은 기술적 진전은 인정하면서도 북한이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에 탑재할 만큼 탄두를 소형화하지는 못했을 것으로 판단해왔다. 북한 매체가 이날 공개한 사진에는 전술핵탄두 투발 수단(무기) 8종이 제시됐으나, 실물로 전시된 것은 10개 이상으로 추정됐다. 전술핵탄두의 일련번호뿐 아니라 설명문까지 게재된 점으로 볼 때 실전배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반도 안보지형과 국제정세가 급변할 수 있다는 우려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소형화한 핵탄두의 대량생산이 코앞에 도달한 게 아니냐는 추정까지 나온다. 김정은이 이날 현장지도에서 핵무기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을 지시했다고 하지 않나. 현재 북한의 핵탄두 보유량은 40∼60개 정도로 점쳐진다. 만약 화산-31 전술핵탄두의 대량생산 체제가 본격 가동된다면 2027년 최대 200개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미군의 확장억제 전략에만 기대 북한의 핵확산을 저지할 수 있을지 의문시될 수밖에 없다.

한·미 양국은 4월 열릴 예정인 정상회담에서 북한 전술핵의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집중 논의해야 할 것이다. 미 정부는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보다 기존 전략자산의 확장억제 필요성에 무게를 둬 왔지만 이제는 한·미 핵공유 등 보다 강력한 대응체계 논의를 고민할 때가 됐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어제 오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맞서 전술핵 재배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공유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 우려를 생각한다면 당연하다. “북한은 비핵화 의지가 있다”는 문재인 전 대통령 말을 철석같이 믿고 따랐던 더불어민주당은 어떤가.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더 이상 꿀 먹은 벙어리 행세는 그만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