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현대캐피탈 ‘홍반장’ 홍동선, 챔프전에서도 ‘씬스틸러’ 될까

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의 아웃사이드 히터 홍동선(22)은 인하대 시절 신입생 때부터 주전으로 활약하며 자신의 잠재력을 선보였다. 대학 무대에서 보여준 활약에 힘입어 2021~2022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게 됐다.

 

리시브는 다소 아쉽지만, 198cm의 큰 신장을 앞세운 공격은 수준급인 홍동선은 2년차인 올 시즌 출전시간을 늘렸다. 다만 주포지션인 아웃사이드 히터가 아닌 미들 블로커나 아포짓 스파이커로 출전 시간이 많았다. 최태웅 감독이 시즌 중반 팀의 공격력 향상을 위해 허수봉을 미들 블로커로 출전시키는 전술을 들고 나왔고, 허수봉의 아포짓 자리에 출전한 선수가 바로 홍동선이다.

 

그렇게 정규리그에서 30경기에 출전하며 서서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던 홍동선은 봄 배구 들어 자신의 주 포지션인 아웃사이드 히터로 출전하게 됐다. 바로 팀의 공수 핵심이 전광인이 6라운드 막판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 오른쪽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었기 때문.

 

현대캐피탈 내에서 대체 불가능 자원인 전광인을 대신해 한국전력과의 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오레올과 대각을 이뤄 선발 아웃사이드 히터로 출전한 홍동선은 그리 큰 활약은 보이지 못했다. 1차전 6득점, 2차전 5득점으로 공격에서도 그리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고, 약점인 리시브는 부각됐다. 1차전 리시브 효율은 11.76%, 2차전은 28.57%였다. 두 경기에서 38개의 서브를 받아낼 정도로 한국전력 서버들은 리시브가 좋지 않은 홍동선을 두들겼다.

 

결국 28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홍동선은 선발에서 제외됐다. 그렇게 1세트부터 3세트까지 웜업존에서 경기를 지켜봐야했던 홍동선은 4세트 초반 현대캐피탈이 2-5로 밀리자 이시우 대신 아웃사이드 히터로 투입됐다. 3세트를 19-16으로 앞서다 뒤집어지며 세트스코어 2-1을 허용한 최 감독으로선 4세트까지 밀릴 수 없다는 판단 아래 홍동선을 넣었다.

 

이날 홍동선이 올린 기록은 단 3득점. 그러나 이 3점은 1,2차전에서 올린 11점보다 훨씬 값졌다. 공격으로 올린 2점은 모두 예쁘게 세팅되어 올라온 공이 아닌 이단 연결된 어려운 공이었지만, 홍동선은 198cm의 신장을 살려 과감한 쳐내기와 상대 블로킹을 피해 틀어때리는 공격을 성공시키며 자신의 공격재능을 뽐냈다. 여기에 오픈 공격을 성공시킨 뒤 맞은 18-17에서의 두 차례 강서브로 한국전력 리시브진을 흔들어 현대캐피탈의 연속 득점을 이끌어왔고, 20-17에선 강서브로 한국전력 리베로 장지원을 무너뜨리며 서브에이스도 올렸다. 홍동선의 서브 3방에 순식간에 21-17로, 점수 차가 4점으로 벌어지며 사실상 경기는 끝이 났다.

 

경기 뒤 최 감독도 홍동선의 활약을 칭찬했다. 그는 “(홍)동선이가 어려운 거 두 개를 때려줬는데, 그게 컸다”고 치켜세운 뒤 홍동선이 시즌 도중 기가 죽었던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최 감독에 따르면 홍동선의 SNS로 안티팬이 ‘까불지 마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고, 이를 홍동선이 신경쓰면서 세리머니도 기가 죽고 그랬던 것. 최 감독은 “웃으면서 뛰어다니라고 주문했는데도, 본인이 신경쓰였는지 리그 후반에 주춤했다. 그래도 이번 봄 배구에서 진중하게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고 말했다.

 

홍동선의 팀내 별명은 ‘홍반장’이다. 최 감독은 “(홍)동선이가 평소에 여기저기에 관심이 많다. 수비 훈련, 공격 훈련, 리시브 훈련까지 안 끼는 훈련이 없다. 그래서 살이 안 찌나보다.(홍동선은 198cm의 큰 신장에도 몸무게가 80kg에 불과하다) 그래도 우리 팀의 활력소 역할을 해주는 마스코트 같은 선수”라고 칭찬했다.

 

수훈선수로 인터뷰실에 들어선 홍동선에게 별명이 ‘홍반장’이냐고 묻자 “팀에서 여기저기 훈련하는 것에 다 낀다고 홍반장이라고 불러주신다. 제가 친화력이 좀 좋아서 형들에게 이쁨 받으려고 열심히 한다. 모든 훈련에 다 끼고 야간 운동도 한다”고 답했다. 자신의 별명이 홍반장임에도 정작 김주혁, 엄정화 주연의 영화 ‘홍반장’은 보지 않았다고. 홍반장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만 봤단다.

 

홍동선은 “갑자기 주포지션으로 뛰게 됐는데, (전)광인이형의 자리가 얼마나 큰지를 느꼈다. 부담을 많이 느꼈지만, 형들이나 감독님, 코치님들이 조언과 치료를 많이 해주셔서 더 열심해 해보려고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어 “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문)성민이형이나 (박)상하형이 마지막 플레이오프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을 하더라. 형들이랑 쭉 더 하고 싶어서 지고 싶지 않았다. 챔프전에서도 많이 힘들겠지만, 저희 젊은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놀겠다”고 덧붙였다.

 

과연 현대캐피탈의 ‘홍반장’ 홍동선이 30일부터 치러지는 대한항공과의 챔피언 결정전(5전3승제)에서도 ‘씬스틸러’가 될 수 있을까. 안티팬들의 도가 넘는 지적에도 활달한 모습을 잃지 않고 홍동선이 코트를 휘젓는 장면이 많아진다면, 현대캐피탈이 전력의 열세를 딛고 이겨낼 가능성이 조금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천안=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