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전우원의 진정성 믿겠다는 5·18 단체 “따뜻한 마음으로 정중하게 맞이하겠다”

조진태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 KBS와 인터뷰서 “우발적 행위에 농락당하는 거 아니냐는 염려 있다. 혼미한 상태서 한 폭로라고 보기에는 진정성이 있다” 강조
‘전두환 일가의 최초 사과 아닌가’ 진행자 질문에는 “상당한 의미 있다고 본다” 높이 평가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폭로성 발언을 해온 손자 우원씨가 지난 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로 압송되기 전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인천공향=연합뉴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관련 단체가 유족과 피해자에 대한 ‘사죄 의사’를 밝힌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우원(27)씨를 끝까지 믿겠다는 의사를 29일 드러냈다.

 

조진태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이날 오전 KBS 광주 ‘무등의 아침’ 인터뷰에서 “자칫 잘못하면 청년의 우발적인 행위에 우리가 농락당하는 거 아니냐는 염려가 있다”면서도 이같이 밝혔다.

 

조 이사는 “그런 점에도 할아버지 전두환은 학살자, 그 때문에 자기라도 사죄를 해야겠다고 밝힌 것도 있다”며 “가족들이 출처 모를 돈으로 떵떵거리며 사는 모습을 보며 심리적으로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는 등을 봤을 때 폭로가 혼미한 상태에서 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진정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조 이사의 발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마약을 투약하는 장면을 내보낸다든지 이런 모습을 보며 전씨를 믿을 수 있냐는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진행자 지적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조 이사는 ‘전우원씨의 사죄를 재단은 어떻게 도와줄 예정인가’라는 물음에는 “우선 따뜻한 마음으로 맞이해야 될 것”이라며 “젊은 나이이면서도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주장을 내놨기 때문에 그런 여러 환경을 감안해 정중하게 맞이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5·18 관련해서 전우원씨 본인이 아는 것도 있겠지만 많은 부분에서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런 등등 직접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지난 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우원씨를 마약 혐의로 체포한 경찰은 이르면 이날 오후 늦게 조사를 끝내고 그를 석방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우원씨가 혐의 사실을 시인하고 스스로 귀국해 체포된 점 등을 고려해 불구속 수사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석방 직후 우원씨가 곧바로 광주로 이동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단체와 유가족을 만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항에서 체포된 후 취재진 앞에 섰을 때 우원씨는 “저 같은 죄인이 한국에 와서 사죄할 기회를 주셔서 국민 여러분께 정말로 감사하다”며 “수사에 최대한 열심히 협조해 수사받고 나와서 5·18 유가족, 피해자들에게 사과드리고 싶다”고 밝혔었다.

 

유족에게 사과를 결심한 이유를 묻는 취재진에게는 “죄인이니까”라고 답한 뒤, 가족들의 반응이 어떠냐는 물음에는 “저를 미치광이로 몰거나, 진심으로 아끼거나, 한국에 가지 말라고 하거나, 아예 연락이 없거나 등 갖가지”라고 설명했다.

 

같은날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로 압송된 우원씨는 조사를 받으러 들어가기 전 다시 만난 취재진이 ‘마약 투약 등으로 폭로한 내용의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고 지적하자 오히려 그러한 모습이 진정성에 무게를 둔 것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한국 도착 후 곧바로 광주로 가려던 계획의 무산에는 “조사에 열심히 임하고 벌을 받아야 한다면 받고”라며 “그 다음에 가능한 최대한 빨리 광주에 가서 사죄드리고 싶다”고 계획에 변함이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폭로성 발언을 해온 손자 전우원씨가 지난 28일 오전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조 이사는 ‘전우원씨가 사과하면 전두환 일가의 최초 사과가 아닌가’라는 진행자 질문에 “전두환 본인은 세상을 떴지만 직계 후손이 사죄하는 것”이라며 이 자체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봤다.

 

전 전 대통령의 남은 추징금에 대해서는 “현재 920억 정도가 남아있는 것으로 안다”며, “사회적으로 처벌해야 될 부분, 경제적으로 처벌해야 될 부분은 반드시 끝까지 그 죗값을 치르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우원씨가 자신의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검은 돈’이라며 정황상 전 전 대통령 비자금과 관련될 가능성이 큰 내용을 폭로한 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비자금 은닉 의혹을 수사해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최근 고발장을 냈다.

 

추징금 총 2205억원 중 지금까지 추징된 액수는 1279억2000만원이며, 경기 오산의 임야 3개 필지 공매대금 55억원은 행정소송 중으로, 만약 검찰이 승소하면 추징할 수 있게 된다.

 

다만, 형사소송법상 미납 추징금 집행은 당사자가 사망하면 절차가 중단되는 탓에 이를 제외한 남은 추징금 867억원에 대해서는 현행법상 추징이 어렵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별채 압류 처분 행정소송 판결을 하며 “재판을 받은 자가 사망한 경우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추징을 집행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추징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입법뿐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2020년 6월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 전 대통령 사망 후라도 미납 추징금을 환수할 수 있는 ‘전두환 재산추징 3법’을 대표로 발의했지만 국회에 계류 중이다. 법이 통과되더라도 소급 입법이 가능하냐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조 이사는 라디오에서 “최근 확인해보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이 3법을 심의하도록 회의 일정을 잡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범죄 행위로 인해 축적한 재산은 본인이 사망해도 사회적 재산으로 환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