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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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 보러 가면 방금 팔렸다” “가계약 됐다더니 열흘째 급매”

부동산 불법 광고 201건 적발

4시간 걸려 가니 다른 매물 제시
중개수수료 무료 내걸고 유혹도
“융자금 없다” 해놓고 2억 근저당
건축물대장 허위 기재 사례까지

전세·분양 동시 진행 수천건 적발
분양대행사·업자 29명 수사 의뢰

A씨는 유튜브 광고에서 지방에 있는 매물을 보고 전화 문의를 한 뒤 방문 약속을 잡았다. 방문 전날은 물론, 당일에도 매물이 있는지 재차 확인한 뒤 4시간을 이동해 도착했지만, 공인중개사는 이미 계약이 됐다면서 다른 매물을 권유했다.

B씨는 포털 사이트에서 신축 빌라 전세 매물을 보고, 공인중개사에게 연락했다. 약속 장소에는 공인중개사와 분양팀장이 함께 나와 더 좋은 매물이 있다고 소개하며 해당 매물은 중개수수료가 없다고 강조했다. B씨는 계약을 하지 않았지만, 최근 언론 보도에 나온 전세사기 유형과 비슷하다는 점을 깨닫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C씨는 온라인에서 대학가의 원룸 광고를 보고 전화 문의를 했다. 공인중개사는 해당 매물은 이미 가계약이 된 상태이니 다른 매물을 보러 방문하라고 권했다. 하지만 전화 문의 후 10일이 지난 시점에도 해당 매물은 ‘급매’라며 계속 광고하고 있었다.

2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주변 주택 단지가 보이고 있다. 뉴스1

국토교통부는 온라인 플랫폼에 게재된 주택 매매·전세 광고를 대상으로 특별 단속을 벌인 결과, 상습 위반 사업자의 불법 광고 201건을 적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전세사기 관련 대책회의에서 최근 사회 경험이 적은 청년 등을 대상으로 한 허위매물 사기가 빈번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관계 기관에 엄정한 단속을 주문했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해 온라인 플랫폼에 불법 광고를 2건 이상 올려 적발된 적이 있는 2017개 사업자를 선별해 조사를 벌였다. 조사 대상 중 5.9%(118개)는 정부가 미끼용 가짜 매물 특별 단속에 나선 뒤에도 여전히 불법 광고를 게재하고 있었다.

이번에 적발된 불법 광고 201건 중 163건(81.8%)은 ‘부당한 표시·광고’로, 매물 위치·가격·면적 등을 실제와 다르게 광고하거나 계약 체결 이후에도 광고를 삭제하지 않는 사례였다. 이어 중개사무소 정보와 공인중개사 성명, 매물 소재지·면적·가격 등을 기재하지 않은 ‘명시 의무 위반’이 20건(10.0%)으로 뒤를 이었다. 분양대행사 등 공인중개사가 아닌 사람이 광고한 ‘광고 주체 위반’도 18건(9.0%) 적발됐다.

적발된 사례 중에는 ‘융자금 없음’으로 광고했지만, 실제 등기부등본을 떼어 보니 근저당권이 2억3400만원 설정돼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인스타그램의 매물 광고를 보고, 주소지 건축물대장을 확인했는데 아예 등록된 건축물이 존재하지 않았던 사례도 확인됐다.

국토부는 신축 빌라 불법 광고 중 전세사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무자격자 온라인 표시·광고에 대해 부동산광고시장감시센터와 함께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불법으로 의심되는 광고를 게재해온 10개 분양대행사와 관계자 29명에 대해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들이 온라인에 올린 광고 8649건 중 분양과 전세를 동시에 표시한 광고가 전체의 57%에 달한다. 전셋값을 높게 받아 매매 가격을 충당하는 이른바 ‘동시 진행’ 수법을 써 무자본 매매를 시도한 물건일 가능성이 크다고 국토부는 보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부동산 허위 광고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광고 게재 전 부동산 온라인 플랫폼 등이 중개 대상물의 허위 여부를 적극적으로 확인하도록 하는 등 허위 미끼 매물 근절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