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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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도 지쳤다… “대표팀보다 소속팀 집중하고파”

김민재, 태극마크 반납 시사 발언
“정신적·체력적으로 힘들다” 토로
빡빡한 일정·잇단 실점 자책 겹쳐
4월 클린스만과 면담 가질 듯
金, 논란 커지자 “실망 드려 죄송”

한국 축구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59) 감독의 첫 A매치 두 경기는 아쉽게 마무리됐다. 클린스만 감독이 “공격진 활약이 돋보였고 순간 집중력이 떨어진 부분은 아쉽지만 두 경기 모두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고 평가했지만 1무1패로 만족하기 어렵다. 클린스만 감독 평가대로 손흥민(31·토트넘)과 이강인(22·마요르카), 황인범(27·올림피아코스) 등의 활약은 도드라졌지만 수비에서는 집중력을 잃어버린 모습을 노출했다. 수비강화가 클린스만호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이런 대표팀에 악재가 겹쳤다. ‘괴물 수비수’ 김민재(27·나폴리·사진)가 정신적·체력적으로 무너진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에게 김민재를 다독이는 것이 첫 번째 숙제가 됐다.

 

김민재는 28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평가전을 끝낸 뒤 취재진과 만나 “멘털적으로 많이 무너진 것 같다”며 “일단 대표팀보다 소속팀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축구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힘들어 대표팀보다 소속팀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며 “대한축구협회와 이야기를 조금 나누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자칫 대표팀 은퇴로까지 해석될 발언이다. 축구계에서는 김민재가 지친 상태라며 우려하고 있다. 월드컵을 마친 뒤 국내외를 오가며 세리에A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일정까지 소화했으니 체력적으로 지칠 만도 하다는 평가다. 또 스스로에 대한 자책도 섞였다고 분석했다. 김민재는 앞서 후원사와 인터뷰에서 “득점보다 무실점이 좋고,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치면 뿌듯하다”고 밝혔다. 우루과이전을 앞두고도 “실점하지 않겠다”며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하지만 김민재가 중심이 된 대표팀 수비진은 월드컵 16강전에서 브라질에 4골을 내주는 등 최근 3경기에서 8골을 허용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1월에도 김민재와 협회가 멘털적인 부분에서 이야기했고, 이후 클린스만 감독이 부임한 뒤 이와 관련한 개별 면담도 진행했다”며 “당시 클린스만 감독과 충분히 대화했고 감독이 김민재를 잘 다독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민재는 이날 소속팀으로 복귀하기 위해 출국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다음 달 유럽 출장길에 올라 해외파 선수들 기량과 몸 상태를 점검할 계획이다.

 

한편, 논란이 커지자 김민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힘들다는 의미가 잘못 전달돼 글을 올린다. 대표선수를 하면서 한 번도 최선을 다하지 않거나 몸이 힘들다는 이유로 열심히 안 한 경기가 없다”며 “단기간에 모든 부분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되었음을 알아주시고 대표선수로서 신중하지 못한 점과 실망했을 팬들에게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