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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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문건’ 조현천, 美 도피 5년 만에 귀국… 檢 수사 재개

공항서 체포… 신문 뒤 영장 검토
조 “책임질 일 있으면 책임질 것”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 ‘계엄령 문건’ 작성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현천(64) 전 기무사령관이 미국으로 도피한 지 5년3개월 만에 검찰에 체포됐다. 검찰이 5년여 만에 조 전 사령관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관련 수사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서부지검은 29일 오전 6시34분쯤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조 전 사령관을 체포해 청사로 압송했다. 2018년 9월 법원에서 발부받은 체포영장을 이날 집행한 것이다. 검찰은 조 전 사령관을 상대로 문건 작성 이유와 도주 여부 등을 조사한 뒤 체포시한인 48시간이 지나기 전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 계엄령 문건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29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서울서부지검으로 압송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전 6시52분쯤 체포 상태로 입국장을 나온 조 전 사령관은 “계엄문건 작성의 책임자로서 문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기 위해서 귀국했다”며 “검찰 수사를 통해 계엄문건의 본질이 규명되고, 국민의 의혹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등 윗선 보고나 지시 여부에 대해서는 “수사를 통해 밝히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조 전 사령관은 5년 넘게 귀국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도주한 것이 아니고 귀국을 연기한 것”이라며 웃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9월 귀국 의사를 밝히고 즉시 돌아오지 않은 것에 대해선 “시간적인 이유로 늦어졌다. 정상적으로 귀국했다”고 주장했다.

조 전 사령관은 2017년 2월 ‘계엄령 문건작성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한 전 장관에게 보고한 의혹을 받는다. 해당 문건은 박 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던 촛불집회를 진압하기 위한 군 병력과 장비를 투입하는 불법 계엄령 계획을 골자로 한다.

2018년 7월 군과 검찰이 구성한 ‘계엄령 문건 관련 의혹 군·검 합동수사단’은 조 전 사령관의 신병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2018년 11월 기소중지한 바 있다.

계엄령 검토 문건 의혹을 처음 제기한 군인권센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즉시 강제수사를 개시해야 한다”며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촉구했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