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민의힘은 29일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전기·가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여당은 문재인정부가 완만한 요금 인상조차 가로막아 지금의 부담이 커졌다는 취지 주장을 펴며 “포퓰리즘”이라고 했다. 남아도는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는 것이 골자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수용 불가’임을 못 박았다.

◆“文정부서 단계적 인상 했어야”
당정은 이날 국회에서 전기·가스 요금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고 에너지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문재인정부 내내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고 공언했지만, 결국 윤석열정부는 문 정부의 탈원전이 남긴 한전(한국전력) 적자, 가스공사 미수금, 전기·가스 요금 청구서를 한꺼번에 받게 됐다”며 “만약 사전 대비 작업으로 전기요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했다면 한전 적자 폭도 줄고 국민 충격이 덜했을 것”이라고 했다.
박 의장은 “윤석열정부가 국민 부담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에도 차질 없게 하는 ‘솔로몬의 해법’을 찾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에너지 요금을 불가피하게 조정해야 할 때는 국민 부담을 고려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물가고를 겪고 있는 국민 부담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그리고 취약계층은 두텁게 지원하는 모든 방법을 강구해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당정협의회에선 복수의 인상안이 제시됐지만 구체적인 인상 폭이 결정되진 않았다. 그러나 2분기 요금 적용이 다음달 1일부터여서 정부 최종안 발표가 가시권에 들었다는 평가다.

◆총리 “양곡법 거부권 건의할 것”
여야는 같은 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공관에서 야권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개정 양곡관리법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고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당정협의를 마친 뒤 대국민담화에서 “이번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우리 국민이 쌀을 얼마나 소비하느냐와 상관없이 농민이 초과 생산한 쌀은 정부가 다 사들여야 한다는 ‘남는 쌀 강제매수법’”이라며 “이런 법은 농민을 위해서도 농업 발전을 위해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정말 농업을 살리는 길이라면 10조원도, 20조원도 충분히 쓸 수 있지만 이런 식은 안 된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산업을 더욱 위기로 몰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의’ 요구를 대통령께 건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집권 여당일 때도 처리하지 않았던 법안을 이제 와 이렇게 무리하게 강행 처리하는 이유는 일부 농민들의 환심을 사려는 의도와 윤석열정부가 농민을 위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게 만들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야권은 반발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양곡관리법은 적극적인 쌀 생산 조정을 통해 쌀 과잉생산 구조를 해소해 우리 국민에게 필요한 쌀만 생산하기 위한 ‘쌀 가격 안정화법’”이라고 주장했다. 쌀 시장 왜곡을 불러올 것이란 정부·여당 측 주장은 “명백한 거짓 주장”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