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과 도로공사의 2022~2023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5전3승제)이 열린 29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 경기 전 도로공사의 김종민 감독은 ‘배구여제’ 김연경을 가장 경계할 선수로 꼽으며 “분명 정규리그와 챔프전의 김연경은 다른 선수일 것”이라면서 “팀 내 최장신인 캣 벨(188cm)을 아포짓 스파이커로 내세워 아웃사이드 히터로 나올 김연경 앞에서 플레이하도록 해 막아보겠다”고 청사진을 밝혔다. 이어 “흥국생명 선수들이 지난 19일 이후 경기를 안 했기 때문에 경기력이 떨어져 있을 것이니 초반부터 거세게 밀어붙여 보겠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의 ‘김연경 봉쇄’는 성공했다. 김연경은 거센 견제 속에 1~2세트에 공격 성공률은 23.53%에 불과했다. 블로킹 2개와 서브득점 1개를 포함해 7점을 올리긴 했지만, 분명 평소 김연경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다만 흥국생명 선수들은 열흘 간 공식 경기를 치르지 않았음에도 경기력엔 그리 큰 문제가 없었다. 게다가 흥국생명엔 김연경만 있는 게 아니었다. 아포짓 옐레나와 김연경의 아웃사이드 히터 파트너 김미연이 동반 폭발하면서 ‘식빵언니’의 부진을 메웠다.
옐레나는 1,2세트 각각 10점씩 20점을 몰아쳤다. 공격 성공률은 54.55%에 달했다. 김미연도 도로공사 서버들의 목적타 세례를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버티며 알토란 같은 10점(공격성공률 40.91%)을 보탰다. 두 선수의 활약 덕분에 1세트를 듀스 접전 끝에 가져온 흥국생명은 2세트는 무려 13점차를 내며 제압했다.
김연경도 승리에 ‘무임승차’만 한 것은 아니었다. 비록 흥국생명이 3세트를 내주긴 했지만, 김연경은 팀내 최다인 8점을 올리며 공격감을 조율했다. 3세트를 마치고 어느덧 김연경의 공격성공률은 33.33%로 30%를 넘었다.

김연경까지 살아나자 도로공사로선 경기를 풀어가기 더욱 어려워졌다. 김연경은 4세트에만 11점을 몰아쳤고, 이날 경기 최종 성적표를 25점, 공격 성공률 45.10%까지 끌어올렸다. ‘배구여제’란 별명에 걸맞는 기록이었다.
김연경과 옐레나(32점), 김미연(14점)의 삼각편대가 동반 폭발한 흥국생명은 도로공사를 3-1(27-25 25-12 23-25 25-18)로 눌렀다. 역대 16번 열린 여자부 챔프전에서 1차전 승리팀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은 9번으로 확률은 56.25%에 불과하다. 이날 공격 성공률이 26.62%에 불과할 정도로 부진했던 도로공사로서도 반격할 여지는 남아있는 셈이다. 다만 최근 10번 열린 여자부 챔프전에선 1차전 승리팀이 우승 타이틀을 9번 차지했다.
경기 뒤 김연경은 “오늘 분명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초반엔 상대 기세도 좋았고, 공격 점유율도 나눠가지다 보니까 흐름적으로 잘 안 풀렸다. 3,4세트에는 공격 흐름이 돌아와서 잘 마무리한 것 같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이어 “챔프전은 1경기에 모든 것이 끝날 수 있는 경기라서 여유롭지 못했다. 아니 이런 경기에서 여유를 갖는다는 건 말도 안되는 것 아닌가. 2,3차전도 잘 준비하겠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