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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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 인구감소의 역설… “교육의 질 제고 기회 될 수도” [송민섭의 통계로 본 교육]

김태훈 경희대 교수 ‘인구변화 파급 효과’ 보고서

2038년 중학생, 2022년 절반인 69만여명
대학 더 심각… 2043년 16만명 미달 전망

김 교수 “학급·교사당 학생 수 줄어들어
맞춤형 교육으로 공교육 질 개선 가능성”
“수업방식 변화 없이는 효과 없어” 지적도

저출생 문제가 심각합니다. 지난 한 해 태어난 아이는 24만9000명으로, 10년 전인 2012년(48만4600명)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저출생 여파는 학교 현장이 우선적으로 체감합니다. 올해 초등학교 신입생은 약 41만5500명입니다. 지난해 태어난 아이들이 취학하는 7년 뒤엔 초1 학생 수가 지금의 60% 수준까지 떨어진다는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학령인구 감소는 언제쯤 극에 달할까요? 김태훈 경희대 교수(경제학)가 최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제출한 ‘장래 인구변화의 교육부문 파급효과 전망’ 보고서에는 2070년까지의 초·중·고교 및 대학교 학생 수 중장기 추계가 담겨 있습니다. 통계청의 2021년 장래인구추계 자료를 토대로 최근 20여년간 학생 수 추이 및 취학률 등을 종합 분석한 결과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김 교수 추계를 보면 지난해 266만4278명이었던 초등학생(1∼6학년)은 올해 261만835명, 2025년 237만1374명으로 줄기 시작해 2033년 144만202명으로 저점을 찍을 전망입니다. 2070년엔 100만명으로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각각 2026년과 2029년부터 가파르게 감소하는 중·고교생 수의 저점은 2038년과 2041년입니다. 2038년 중학생 수는 2022년(134만8428명)의 절반 수준인 69만1921명으로, 지난해 126만2348명이었던 고교생 수는 2041년 66만8964명으로 반 토막이 날 것으로 보입니다.

대학들 사정은 더 딱합니다. 2021년 입학정원(15만5990명) 중 약 4만명을 채우지 못한 전문대학은 정원이 2021년 수준을 유지할 경우 2025년 6만5000명, 2035년 7만2000명, 2043년 10만7000명을 충원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4년제 대학도 ‘학령인구 절벽’의 무풍지대가 아닙니다. 2021년 입학정원(31만3073명)을 간신히 채운 4년제 대학들은 2025년 3만4000명, 2035년 5만4000명, 2043년 16만명의 미충원 사태를 맞이할 것으로 보입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대학가 속설은 진실에 가깝습니다. 2021년 기준 입학정원 대비 입학생 수가 적었던 4년제 대학을 시·도별로 살펴보면 경북(-1363명), 경남(-1251명), 강원(-621명), 전북(-363명), 전남(-274명), 제주(-52명)였습니다.

그런데 학령인구 감소는 교육의 질 제고 측면에서 ‘재앙’일 수밖에 없을까요? 한국의 2022년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는 21.1명으로 2019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1.1명)과 같습니다. 2033년엔 11.4명 수준까지 떨어진다고 합니다. 학령인구 감소로 교육계의 해묵은 문제 중 하나인 ‘콩나물 교실’(과밀학급)이 일정 부분 해소될 수 있습니다. 학급당 학생 수가 28명 이상인 과밀학급은 2022년 기준 전체 초등학교의 5.48% 정도였습니다.

김 교수는 교과 담당 교사 1인당 학생 수 역시 2022년 15.6명에서 2033년 8.4명으로 떨어질 것으로 추계했습니다. 한국이 2025년 처음 OECD 평균(2019년 기준 14.5명)을 밑돈 뒤 10년 뒤엔 세계에서 가장 낮은 교사당 학생 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초교 6학년의 경우 학급당 학생 수가 10명 감소하면 국어·수학·영어에서 보통학력 이상 학생 비율이 각각 2.22%포인트, 2.15%포인트, 3.57%포인트 증가한다는 게 김 교수의 다른 연구 결과입니다.

학령인구 감소가 학급·교사당 학생 수 등 교육환경 개선으로 이어져 ‘맞춤형 교육’ 등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가 자동적으로 공교육의 질 제고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게 김 교수 지적입니다. 학급당 학생 수가 학습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고, 학급 규모가 줄더라도 교사들이 이에 맞는 수업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규모 감소 효과는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육환경 개선 국면에서 교육의 질을 실질적으로 높이기 위한 교육 당국의 50년 대계 정책 방향 제시와 학교, 교사들의 치열한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