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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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박차고 나간 ‘시장’, 발목 잡은 ‘의회’… 점입가경 오산시

“많이 하세요, 혼자. (나) 안 올 거니 걱정하지 마세요.”

 

지난 22일 경기 오산시의회 본회의장. 이권재 시장과 시청 국·과장들이 한꺼번에 퇴장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소속인 이 시장이 올해 첫 추경안 심의를 놓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과 날 선 신경전을 이어가다 충돌한 것이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시의회 예결위가 이 시장의 핵심 사업 예산 13억원을 전액 삭감하면서 이날 충돌은 예고된 상태였다. 발언권을 얻지 못한 이 시장은 직원들을 향해 “모두 다 나가”라고 외친 뒤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 시의회 민주당은 “홀로 하고 싶은 시장놀이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고, 삭감된 추경안은 그대로 의결됐다.

 

이권재 오산시장. 오산시 제공

◆ “안 올 거니 걱정말라”…시장, 본회의장 퇴장

 

30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오산시와 시의회의 갈등은 끝없는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양측의 설전은 온라인으로 옮겨붙었다. 이 시장은 본회의장 퇴장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다수당의 횡포에 무너지지 않는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시민을 위해 일하는 시의원들인지 아니면 거대 권력의 의중에 따라 (내가 하는 일을) 무조건 막아야 하는 시의원들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삭감된 예산에 대해선 국회와 중앙부처, 경기도를 돌며 어렵게 가져온 사업의 용역비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인 성길용 시의장도 SNS에 입장문을 올려 이 시장을 성토했다. 성 의장은 “단 한 번도 다수당이라 횡포를 부린 적이 없다”며 “갑인줄 아는 독재의 횡포에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했다.

 

현재 오산시의회는 기초의회 최소 정족수인 7명으로 짜였다. 이 중 5명은 민주당, 2명은 국민의힘 소속이다.

 

오산시의회 제275회 임시회 본회의. 오산시의회 제공

◆ SNS에서 2차 설전…시의회 민주당 사과 요구

 

사태를 키운 추경 삭감 예산은 △경로당 임원 연수(2100만원) △민원실 환경개선(5960만원) △전국생활체육대회 지원(2000만원) △오산3하수처리장 건설·처리시설 도시계획 용역비(3억원) △세교1지구 터미널부지 조성 타당성 용역비(1억5000만원) 등이다. 관련 예산 가운데는 휠체어 진입을 위한 민원실 공사와 SNS 대기예약 시스템 구축, 저수지 둘레길 조성사업도 포함됐다.

 

오산시 측은 인구 6만 규모의 세교2지구 입주가 올 7월 예정된 만큼 추가 하수처리장 확보와 다른 개발계획 수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의회 민주당은 “행사성·선심성 예산 등을 과감히 삭감했다”고 반박했다.

 

유례없는 설전으로 깊어진 갈등의 골은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시의회 민주당은 최근 사태에 대해 이 시장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했으나, 시의회 국민의힘은 이 시장과 충돌을 빚은 민주당 소속 A 부의장의 자진 사퇴를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다음 달 6일 선고를 앞둔 A 부의장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벌금 200만원이 구형된 상태다.


오산=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