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상반기 일본의 인도·태평양 외교 무대는 인도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로 압축될 전망이다. 지난 20일 인도를 찾은 기시다 총리는 뉴델리의 ICWA(Indian Council of World Affairs)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 FOIP)을 위한 일본의 새로운 계획”을 최초로 발표하였다. 그리고 인도·태평양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파트너(Indispensable Partner)”인 인도와 함께할 것임을 강조하였다.
일본이 새로운 계획을 발표하기에 인도는 최적의 무대였다. 2007년 아베 총리가 인도 의회에서 했던 ‘두 대양의 합류(Confluence of the Two Seas)’ 연설은 미국·일본·인도·호주 4자간 안보협의체 쿼드(Quad)의 기본 개념인 FOIP의 초석이 되었다. 그리고 2023년 각각 G7과 G20 의장국으로 만난 일본과 인도는 국제질서의 변화를 선도하는 국가로서 인도에서 다시 한 번 새로운 인도·태평양 질서를 논의한 것이다.
새로운 계획을 발표하게 된 배경도 그렇다. 신흥국의 부상으로 세계가 새로운 전환점에 직면했다는 역사인식, 그리고 모두가 수용할 국제 질서에 대한 합의와 지침이 부재한다는 문제의식은 인도를 비롯한 신흥국이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사항이었다. 군사적 느낌을 주는 전략이라는 단어를 빼고 인도·태평양 계획으로서 FOIP를 발전시켜 온 일본은 지역 국가들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아우를 개념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FOIP의 개념이 국제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용하여 다수의 국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우리 모두의 FOIP”로 발전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다음 무대는 5월19~21일 일본이 개최하는 G7 정상회의가 될 것이다. 일본은 G7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맞서기 위한 인도·태평양 의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우리도 G7 정상회의에 초대받았다. 일본이 한국을 G7 정상회의에 공식 초청하는 것은 15년 만에 처음이다. 우리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국제무대에 설 기회다. 영국은 국가전략서(Integrated Review)를 통해 인도·태평양 전략을 제시하였으며, 그 외 G7 국가 모두가 인도·태평양 전략서를 발표하였다. G7 무대에서 우리의 인도·태평양 메시지는 어떤 강점과 차별성을 보여줄지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왕 발을 내딛었으면, G8 회원국 자격 획득에 대한 강력한 권리 주장도 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G7 회원국 확대 제안은 회원국으로부터 나와야 하며 모든 G7 정상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한·미동맹 70주년 관련 보고서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G7을 확장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에서 세계 최고 자유민주주의 국가 중 하나인 한국을 G7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군다나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동시에 이번 G7 핵심 의제인 인도·태평양 전략에서도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일본의 국가안보전략(NSS)은 한국을 FOIP의 ‘마음이 맞는’ 파트너로 포함시켰다. 지난 27일 참의원(상원) 회의에 참석한 기시다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을 G7 정상회의에 초청한 데 대한 질문에 “윤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는 등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전념하는 적극적인 대외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답하였다. 이제 인태전략은 개념과 원칙에서 의제별 협력을 논의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G7 무대에서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 멤버로서 뜻이 맞는 국가들과 공동으로 추구할 의제를 제시할 수 있다면 G8 합류 가능성을 더욱 높일 것이다.
한국의 인도·태평양 시행 원년, 잊지 말아야 할 또 다른 무대는 인도다. 3월 뉴델리에서 개최한 G20 외무장관 회의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9월 정상회의를 비롯한 남은 일정에서 한국의 존재감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올해는 한국과 인도가 수교 5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인도의 위치는 어디인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