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와 관련해 경찰이 3개월여의 수사 끝에 고속도로 용역회사 관계자 4명과 최초 발화 트럭 운전자, 운수회사 대표 등 6명을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이들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을 적용했으며, 시공상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 제이경인 용역회사 직원 4명 송치…트럭운전사·운수회사 대표도 검찰 넘겨
경기남부경찰청 제2경인고속도로 화재 사고 수사본부는 ㈜제이경인연결고속도로(이하 제이경인) 관제실 책임자인 상황실장 A씨를 구속 상태로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지난 24일 송치했다고 31일 밝혔다. 당시 경찰은 A씨 외에 제이경인 관제실 직원 2명과 발화 트럭 운전자 B씨, B씨가 속한 운수회사 대표 등을 불구속 상태로 함께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이날 오전에는 관제실을 총괄하는 상급자 C씨를 추가로 송치했다.
검찰에 넘겨진 제이경인 관계자 4명은 직급에 상관없이 모두 용역회사 직원으로 파악됐다. 해당 용역회사는 관제실·요금소 관리와 순찰 등 도로관리 업무 전반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해 12월29일 오후 1시46분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성남 방향 갈현고가교 방음터널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관제실에서 폐쇄회로(CC)TV를 주시하지 않고 있다가 불이 난 사실을 바로 알아차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에도 비상 대피 방송 실시 등 매뉴얼에 따른 안전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피해를 키운 혐의를 받는다. 관제실에서 근무하던 다른 직원 2명도 같은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A씨의 상급자로 이날 추가 송치된 C씨는 방음터널 관리 최고 책임자로 화재 당시 관제실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를 받는다.
최초 발화 트럭 운전자 B씨는 5t 폐기물 운반용 집게 트럭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해 화재를 예방하지 못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B씨가 몰던 트럭이 2020년 고속도로를 달리다 불이 난 전력이 있는 점 등에 미뤄 차량 정비 불량 등 관리 미흡에 따른 화재로 판단했다. 아울러 해당 트럭을 보유한 업체 대표에게 차량을 불법으로 구조 변경한 혐의(자동차관리법 위반)를 적용했다.
◆ “화재 취약 PMMA 소재 방음터널 ‘책임론’은 수사 어려워…시공 과정 문제없어”
화재 당일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안을 달리던 B씨의 트럭에서 처음 불이 나면서 확산한 화재는 열기에 취약한 폴리메타크릴산 메틸(PMMA)로 된 방음터널 벽과 천장이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2시간여 동안 지속된 이 불로 총 길이 840여ｍ 방음터널 가운데 600ｍ 구간이 탔으며, 차량 44대가 불길에 휩싸인 터널 내부에 고립됐다. 이 화재로 5명이 사망하고 56명이 다치면서 6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경찰은 일각에서 제기된 방음터널 시공 과정에 대해선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시공사와 하도급 업체 등에 대해 조사했으나 불법 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PMMA 소재 방음터널의 화재 취약성 등을 다루는 문제는 경찰에서 결론 내기 어려운 것”이라며 “지난 3개월간 진행한 방음터널 화재 사고에 대한 경찰 수사는 종료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화재 구간이 포함된 북의왕IC~삼막IC 7.2㎞ 구간은 복구 작업과 안전 진단 등의 이유로 여전히 통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