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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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몸매·체중에 극성인 ‘아몬드맘’, 자녀 건강 망친다

최근 ‘마른 몸·소식이 미덕’이라 주입하는 극성 부모 늘고 있어
“무조건 “먹지마”라는 말, 자녀의 체형 강박 유발·자존감 하락“
“체중·지방에 대한 부모의 왜곡된 정서, 아이에게 부정적 영향”
“그래도 방치는 안돼…또래보다 20% 이상 체중 나갈 때는 관리”
자녀에게 마른 몸이 아름답고 소식이 미덕이라고 주입시키는 이른바 ‘아몬드 맘’이 새로운 극성 부모 유형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이는 자녀 건강을 해치는 길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최근 해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자녀에게 마른 몸이 아름답고 소식이 미덕이라고 주입시키는 이른바 ‘아몬드 맘’이 새로운 극성 부모 유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패션모델 ‘지지 하디드’와 모델 출신 어머니 ‘욜란다 하디드’ 간 대화에서 비롯된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 때문에 생겼다. 몇 해 전 리얼리티쇼에 출연한 지지 하디드가 어머니와 통화 중 “기운이 없다, 오늘 아몬드 반 개밖에 먹지 못했다”고 하소연하자 욜란다 하디드는 “아몬드 몇 개만 더 먹되 꼭꼭 씹어 먹으라”고 말한 것이 밈으로 굳어진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도 키와 몸무게 등 자녀의 외모에 지나치게 신경 쓰는 부모가 적지 않다.  하지만 ‘아몬드 맘’이 아이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아몬드 맘이 식탁에서 자주 하는 말은 “안돼”, “살쪄”다. 직접적으로 아이들의 몸, 무언가를 먹는 행동을 지적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다른 애들은 말랐는데 너만 통통해”, “저러니까 살이 찌지” 등의 말도 여기에 속한다. 또 음식을 먹고 있던 중 “그만 먹으라”며 빼앗는 등 아이들의 식습관에 부담을 주는 말들을 한다.

 

이처럼 부모가 자녀의 외모에 지나치게 관심을 가지면 자녀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부모가 자녀의 외모에 지나치게 관심을 가지면 자녀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지난 2016년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은 중학생 1551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부모가 자녀에게 체중을 줄일 것을 강요하면 자녀가 식이장애 증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또 영국 엑시터대 의대가 2018년 아동 1041명을 조사한 결과, 부모로부터 살을 빼고 관리할 것을 강요받는 아동들은 건강한 식습관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가 직접 지적하지 않더라도 간접적으로 아이들에게 왜곡된 신체 이미지를 주입하는 것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365mc 천호점 조민영 대표원장은 “부모가 ‘다이어트해야 하는데’ 등의 말을 습관적으로 하거나 날씬하지 않은 연예인을 자주 비난하거나, 체중에 따라 영향을 크게 받는 모습을 보이거나 무언가를 먹기에 앞서 심각하게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 등을 보이면 아이들은 은연중에 부모의 정서를 읽고 체중과 지방 자체를 부담스럽거나 부정적인 요소로 여기게 된다”라고 말했다. 

 

체중 강박을 가진 부모와 함께 사는 아이들은 자아 형성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존감이 저하될 우려가 높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가 120명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부모가 자녀에게 체중을 줄일 것을 강요한 경우 자녀의 자아 존중감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식단 강요는 금물이다. 성장기 아이에게 성인을 대상으로 한 체중 감량법을 시도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다이어트로 영양소를 고르게 적절히 섭취하지 못하면 성장 지연 등 건강에 악영향을 미쳐서다. 

 

체중 강박을 가진 부모와 함께 사는 아이들은 자아 형성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존감이 저하될 우려가 높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조 원장은 “살이 찔까 봐 아이 식단에서 탄수화물을 극도로 제한하는 경우 학업 능력 저하는 물론 건강한 성장에 방해가 된다”며 “장기간 저열량 식사로 골격을 이루는 칼슘, 혈액을 구성하는 철분이 결핍되면서 체력이 저하돼 아이가 만성피로를 호소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체중관리가 필요한 아이를 방치하라는 것은 아니다. 체질량지수(BMI) 백분위수가 95 이상(같은 성별‧연령대 아이 100명을 BMI가 적은 순서대로 줄 세웠을 때 95번째 이상인 경우)이거나 또래 아이들보다 체중이 20% 이상 더 나가면 비만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소아비만은 고혈압·당뇨·콜레스테롤 이상 등 다양한 성인병과 합병증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초등학생까지는 체중 감량보다 ‘유지’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성장기에는 살이 더 찌지 않도록 하고 건강한 식사와 신체활동을 하는 게 중요하다. 필요한 경우 비만클리닉을 찾아 행동수정 요법 등을 통해 건강한 식사법을 배우는 것도 도움이 된다. 

 

부모가 부득이하게 아이의 체중 조절에 나설 경우 외모 개선이 아닌 건강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조 원장은 “긍정적인 말로 ‘건강해지기 위해 운동하자’고 제안하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활동량을 늘리는 것은 체중 관리는 물론 아이의 정서에도 좋다”며 “성인과 달리 성장까지 고려해야 하는 만큼 건강증진을 목적으로 건강한 습관을 익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가 체형강박이 심하다면 자신부터 돌아봐야 한다”며 “부모가 변하지 않으면 아이에게도 여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