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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가루 알레르기 환자에게 꽃가루 물질 투여해 치료? ‘면역 치료’란 무엇

“소아기에 발병한 알레르기 질환은 소아기에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성인까지 지속되기도 합니다. 우유·계란 알르레기 등은 1∼2세에 생겨 5∼6세에 사라지기도 하지만, 3∼4세경에 발병하는 땅콩·갑각류 알레르기는 평생 이어지기도 하죠. 알레르기 비염의 경우는 성인이 돼서도 쭉 지속됩니다. 이런 알레르기 질환이 오랜 기간 심하게 나타나 생활에 어려움이 있다면 면역치료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경훈 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호흡기알레르기 분과) 교수는 지난 31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집먼지진드기, 곰팡이, 꽃가루 등 다양한 알레르기질환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경우라면 근본적인 치료인 면역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앙대병원 제공 

알레르기 질환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해롭지 않은 외부 물질에 과민반응하며 나타난다. 특히 봄철이면 심한 일교차와 꽃가루, 미세먼지로 면역을 자극하는 외부 물질이 많아져 발작적 재채기와 쉴새 없이 흐르는 콧물, 결막염으로 인한 눈가려움 등으로 인한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난다. 면역치료는 이런 알레르기 유발물질을 인위적으로 몸에 소량 주입해 증량해나가는 방식으로 우리 몸이 외부 물질에 적응하도록 하는 치료다.

 

이 교수는 “면역치료 효과는 개인별로 차이가 있지만 80∼90%에서 알레르기 증상에 호전을 보인다. 면역치료에 효과가 있는 환자군의 경우는 치료 2∼4개월 만에 호전을 보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 알레르기 유발물질은 종류는.  

 

“알레르기 유발물질은 크게 식품 요인과 흡입성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흡입성 요인은 꽃가루와 동물, 진드기 종류 등으로 나뉜다. 피부반응 검사, 혈액검사 등을 통해 100여 가지 종류의 원인을 확인할 수도 있고, 특이 면역글로불린 E 검사를 통해 페니실린 계열의 항생제 및 성분에 대한 개별검사도 가능하다.” 

 

- 면역치료 외에 다른 치료는 없나.   

 

“알레르기 질환은 크게 크게 원인 물질 회피, 증상 완화를 위한 약물요법, 면역치료로 나뉜다. 회피요법은 말 그대로 원인 물질을 피하는 것이고, 약물요법은 항히스타민제 등으로 증상을 완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근본 원인 치료는 아니라는 의미다. 반면 면역치료는 소량의, 낮은 농도의 알레르기 물질을 투여한 후 점차 그 양을 늘려나가며 우리 몸이 원인 물질에 둔감해지도록 하는 치료다. 빈도와 중증도가 높은 경우 권한다. 크게 혀 아래에 약물을 떨어뜨리는 설하면역요법(집먼지진드기)과 식품알레르기에 대한 경구면역요법, 피하주사요법 등이 있다.”

 

- 모든 알레르기 항원에 대한 치료가 가능한가.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실제로는 집먼지진드기, 동물, 꽃가루에 대한 면역치료가 대부분이다. 면역치료를 진행하려면 면역치료를 위해 정제된 알레르기 물질이 가공돼야 하기 때문이다.”

 

- 치료 기간과 방법은 어떻게 되나.

 

“치료에는 3∼5년이 필요하다. 치료 종결 후 평균적으로 3∼5년 정도 효과가 유지된다. 이후에는 다시 알레르기 증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때 다시 면역치료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1999년 세계적 권위 학술지인 NEJM에 게재된 논문에서도 3년 이상 면역치료를 꾸준히 진행하면 면역치료 종결 후에도 증상 조절이 지속한다는 점을 보여준 바 있다.”

 

- 면역치료는 언제 시작된 건가. 

 

“역사는 오래됐다. 1911년 리오니드 눈(Leonid Noon)과 존 프리먼(John Freeman) 박사가 고초열(hay fever)에서 큰조아재비(Phleum pratense) 추출물을 이용해 피하주사면역치료를 한 것이 시초다. 이후 알레르기 원인 물질을 가공하는 방법이 발달하면서 점차 면역치료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 알레르기 결막염, 알레르기 비염, 천식, 아토피 피부염 모두에 좋은 결과가 나오나.

 

“면역치료는 알레르기 결막염, 알레르기 비염, 천식에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아토피 피부염은 치료 효과가 제한됐고, 혈관부종 등의 알레르기 질환에서는 면역치료를 권하지 않는다.”

 

- 부작용으로는 어떤 것이 있나. 

 

“주사 부위 내의 국소 발적, 부기 등은 흔하게 발생할 수 있지만, 이는 부작용이라기보다 국소적인 알레르기 반응으로 볼 수 있다. 피하주사면역치료 중 (가장 심한 형태의 알레르기인) 아나필락시스 발생률은 0.2%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주사 후 30∼40분 정도 병원에 머물며 반응을 보고 가길 권하는 이유다.” 

 

- 소아의 면역치료는 어떻게 다른가.

 

“소아는 만 5세 이상부터 치료가 가능하지만 대부분 초등학교 이후 시작한다. 소아의 경우 특정 약제 및 원인 알레르기 물질에 따라 증량기가 성인보다 한 달 정도 더 긴, 4∼5개월 정도로 진행한다.”

 

◇봄철이면 꽃가루, 집먼지진드기 등으로 알레르기 비염 등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어난다. 이경훈 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호흡기알레르기 분과) 교수는 “면역치료는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심해지기 4∼5개월 전에 시작하기를 권한다”며 “4월은 봄철 꽃가루(나무류) 알레르기 치료보다는 늦여름이나 가을에 늘어나는 잡초류로 인한 알레르기에 대비해 치료를 시작하는 시기다. 집먼지진드기처럼 상시적으로 존재하는 알레르기 요인이라면 시작 시기는 언제든 상관없다”고 설명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