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거대 통신 장비 업체 화웨이가 엄동설한을 이겨내고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봄의 전령’ 매화를 빗대 미국의 고강도 제재 등을 이겨내겠다는 자신감을 강조했다.
화웨이 런정페이(任正非) 창업자의 딸로 순번에 따라 4월 1일부터 6개월간 순환회장직을 맡게 된 멍완저우(孟晩舟)는 지난 31일 2022연도 연례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눈 내린 뒤 매화 나뭇가지가 눌려있지만, 봄이 되어 햇살이 내리쬔다(雪後疏梅正壓枝, 春來朝日已暉暉)”며 “압력이 있지만, 자신감은 더 있다(有壓力, 更有信心)”고 밝혔다. 화웨이는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본사에서 온·오프라인 결합 방식으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멍 회장은 “현재의 지정학적 상황과 환경을 바꿀 능력은 없다. 우리가 할 일은 그 환경에 적응하고,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며 “2022년은 화웨이가 위기 모드에서 벗어난 해로 미국의 규제는 이제 우리의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현실·상황·기준)이며, 우리는 평소의 상태로 돌아왔다”고 강조했다.
멍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 미국의 제재, 물가 상승, 스마트폰 등 소매사업 부진 등 영향 속에 총매출액은 작년 6423억 위안(약 122조 원)으로 2021년 대비 0.9% 상승했다”며 “작년 총매출액의 약 25%에 해당하는 1615억 위안(약 30조원)을 R&D(연구 및 개발)에 지출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때인 2019년 5월 행정명령으로 화웨이와 70개 계열사를 ‘수출통제명단’에 넣는 등 화웨이의 공급망 마비를 겨냥한 고강도 제재를 가하고 있다. 결국 화웨이는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을 들여 자체적인 돌파구 마련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 B2B(기업간거래) 사업 매출액은 전년 대비 30% 상승한 1332억 위안으로 2021년의 상승폭(2.1%)을 크게 웃돌았고, 5세대 이동통신(5G) 네트워킹 장비 판매를 포함한 통신 사업 매출은 2840억 위안으로 2021년 대비 약 0.9% 증가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이 주력인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매출액은 2145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11.9% 줄었다. 이에 작년 순이익은 356억위안(6조7547억원)으로 2021년 대비 68.7% 하락했다.
멍 회장은 대이란 제재법 위반 혐의로 미국이 발부한 체포영장에 따라 2018년 12월 캐나다에서 체포돼 3년 가까이 가택연금됐다가 2021년 9월 중국으로 돌아왔고, 중국은 그를 영웅으로 칭송했다.
지난 31일까지 순환 회장이어었던 쉬즈진(徐直軍) 회장은 “‘우리 앞에 상당한 압박이 존재하지만 여전히 독특한 경쟁력, 소비자 및 파트너들의 신뢰를 키울 기회를 보고 있으며, R&D에 크게 투자할 용기가 있다”며 “2023년은 화웨이의 지속가능한 생존과 발전에 결정적인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쉬 회장도 매화를 꺼내들었다. 그는 “매화는 엄동설한을 버텨낸 뒤 향기를 풍긴다”며 “현재 도전이 거대하지만, 성장 기회가 남아있고, 산업 회복에 대한 신뢰가 있으며, 과감한 투자를 단행할 패기도 있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