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대한민국 무역수지가 ‘1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어닝쇼크’(실적 충격)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2일 업계에선 오는 7일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0%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1개월간 증권사들이 발표한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 평균)는 7201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의 14조1214억원보다 94.9% 급감했다. 직전 분기(4조3061억원)와 비교해도 82.3% 떨어졌다. 글로벌 반도체 불황으로 DS(반도체) 부문에서만 최대 4조원대 영업손실이 예상되면서 혹독한 성적표를 받아들일 전망이다. SK하이닉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분기 영업손실 컨센서스는 3조7807억원으로, 매출 전망치는 지난해 1분기(12조1557억원) 대비 60.1%가 줄어든 4조8560억원이다. 지난해 총 2조원대 적자를 낸 LG디스플레이의 올해 1분기 영업손실 추정치는 1조390억원으로, 이번엔 분기 적자로만 1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자동차·배터리 업계의 호황에도 한국 경제 지표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의 여파가 그대로 드러났다. 전날 정부가 발표한 ‘3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수출보다 수입이 많은 무역적자가 지난해 3월부터 이어지면서 13개월째를 기록했다. 1995년 1월∼1997년 5월 연속 적자 이후 25년 만이다. 3월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3.6% 감소한 551억3000만달러로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 연속 내리막길이다. 수출 최대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3월 수출액(86억달러)이 전년 동기 대비 34.5% 급감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