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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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납치·살인’ 원인 퓨리에버코인, 작전 세력 먹잇감이었나 [이슈+]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강남살인’ 사건 배경으로 지목된 퓨리에버코인은 상장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퓨리에버코인은 당시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중 한 곳인 코인원에 상장됐는데, 브로커가 코인원 관계자에게 뒷돈을 건네 상장을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퓨리에버코인은 상장 이후 ‘반짝’ 급등했다 곧바로 급락했다. 이는 작전세력이 수익을 실현한 뒤 털고 나갈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4일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퓨리에버코인은 2020년 11월13일 코인원에 신규 상장됐다. 퓨리에버코인은 강남살인 사건의 계획자로 지목된 법률사무소 사무장 이모(35)씨가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코인이다. 경찰과 이씨 주변인 등에 따르면, 이씨는 2020년 말쯤 피해자 A씨가 홍보한 퓨리에버코인에 9000만원을 투자했다 8000만원가량의 손해를 봤다.

 

이씨가 투자한 퓨리에버코인은 작전 세력의 ‘놀이터’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은 지난 3월 29일 강남구 역삼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납치사건 현장. 납치범 차량이 아파트 주변에 정차하고 있다. 뉴스1

①공기청정 데이터를 탈중앙화…“굳이?”

 

우선, 코인의 활용계획부터 불분명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인 백서에 따르면 퓨리에버코인은 블록체인을 활용해 청정공기를 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백서는 “청정활동 정보는 센서를 통해 확인된 미세입자와 물질의 공기질을 분석하고 청정 로봇 활동을 통해 공기질 상태와 공기 정보의 신뢰 정보를 제공한다”며 “이를 증명하는 과정을 통해 얻어진 청정정보 활동을 블록에 기록하고 검증 과정을 통해 일정한 보상을 얻을 수 있도록 수학적 증명 과정을 거쳐 합의하는 알고리즘 모델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상화폐를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한 블로거는 2021년 5월 해당 코인을 설명하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공기청정 시스템과 블록체인이 붙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공기청정 데이터를 굳이 탈중앙화해서 수집할 필요가 있는가”라며 “중앙서버에서 데이터 암호화를 하면 안 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②지인 끌어모은 문어발식 영업

 

퓨리에버코인은 다단계 회사가 흔히 사용하는 지인 영업을 적극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인 유튜브 채널엔 ‘퓨리에버 전국 영업자 워크숍’이란 제목의 영상이 업로드 돼있다. 영상에서 한 영업자는 “열심히 광주, 전남을 누비면서 회사에 도움이 되는 지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고, 다른 영업자 역시 “제 지역에서 열심히 해서 성과를 만들어볼 것”이라고 했다. 영상이 업로드된 2020년 8월27일은 코인이 코인원에 상장되기 약 3달 전이다. 퓨리에버코인에 투자했다 손실을 본 한 피해자는 피해자들이 모인 오픈카톡방에서 “퓨리에버코인은 지인에, 사돈에, 팔촌에 지인 추천으로 들어오신 분이 거의 다 아니냐”고 했다.

 

퓨리에버코인 로고

③거래소 상장 때 뒷돈…남부지검 수사 중

 

퓨리에버코인은 현재 남부지검이 수사 중인 ‘코인원 뒷돈 상장’과도 관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부지검은 지난달 7일 가상화폐 상장 청탁을 목적으로 코인원 상장 담당 직원에서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는 상장 브로커 고모씨를 구속기소했다. 고씨는 2020년 코인원에 특정 가상화폐를 상장해달라고 청탁하면서 수억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뒷돈을 받은 코인원 전 직원 전모씨 역시 지난달 21일 구속됐다. 전씨는 고씨를 포함, 복수의 브로커로부터 19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전씨가 청탁받은 코인 중엔 퓨리에버코인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④상장 한 달 뒤 고점 찍고 급락…휴지조각된 코인

 

퓨리에버코인 차트를 보면 작전세력이 털고 나간 코인의 전형적인 형태를 보인다. 2020년 11월13일 상장되고 약 한 달이 지난 2020년 12월21일, 1코인은 1만354원까지 치솟았다. 상장 때는 약 2000원에서 시작했는데 한 달 사이 5배가량 오른 것이다. 이후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 퓨리에버코인은 여섯 달 후 20~50원대를 오갈 정도로 하락했다. 고점과 대비해보면 사실상 휴지조각이 된 셈이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1코인은 7.4원으로 고점에 비해 99.9% 폭락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 및 살해 사건 용의자 3인이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향하는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연모(30)씨, 황모(36)씨, 이모(35)씨. 연합뉴스

퓨리에버코인은 지난달 3일 유의종목으로 지정된 바 있다. 당시 코인원은 퓨리에버 측이 거래지원 유지심사 항목 중 하나인 프로젝트 외부평가 리포트를 정해진 기한 내에 제출하지 않았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코인원은 지난달 17일 “퓨리에버 측이 코인원 거래지원 유지심사 기준치에 합당한 프로젝트 외부평가 서류를 제출했다”며 유의종목 지정을 해제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